요즘 정치권에서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가 다시 날개를 달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자기합리화와 이중 잣대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이 유행어가 판을 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판은 여전히 잿밥에만 눈이 어두운 것만 같아 실망감에서 자유로운 수 없다. 무슨 일이든 자기에게 이롭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보다도 질이 더 안 좋아 보이는 이 행태는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는 역행하는 행보여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더구나 최근 우리사회에 유독 이 '내로남불'이라는 사자성어가 회자되면서 정치권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는 건 분명 슬픈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공언했으며, 소통을 강력하게 내세워왔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후보들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면서 그 인사 원칙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발등이 계속 찍혀온 형편이다. 게다가 아직도 산 너머 산인 채 현재진행형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경우가 있고, 가까스로 청문회를 통과하거나 밀어붙이기로 임명한 경우도 있다. 국무총리나 외교장관으로 임명된 인사들도 그 원칙에 부합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앞으로 청문회를 거쳐야 할 고위공직자 후보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지만,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언제쯤 조각이 완성될지도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정부의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 폐지 정책 추진을 두고도 말들이 적지 않다. 학부모들은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자기 자녀들은 특목고에 보내놓고 이제 와서 남의 자녀들에 대해서는 그 선택권을 박탈하려 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년대계(百年大計)'인 교육정책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바뀐다는 우려의 소리들도 높다. 소통을 그토록 내세워온 문재인 정부는 불통으로 가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청와대와 여당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마저 열지 않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이들 자유게시판은 국민들이 쓴소리까지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한 이후 그 언로를 닫아 놓고 있으니 비판이나 비방에는 아예 귀를 막겠다는 불통의 소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의 24시간 일정을 공개하는 등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그 약속을 벌써 잊어 버렸는지, 선거용으로만 소통을 강조해온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심지어 기자들마저 정부 현안에 대해 물어볼 기회조차 없고 청와대의 움직임을 뒤늦게야 알 수 있는 형편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유게시판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는 구차스럽게 박근혜 정부 때 없어졌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불통이라는 비난을 아무리 퍼부어도 청와대 게시판은 열어 놓고 있었다. 탄핵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가 폐쇄 상태로 들어간 건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아예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열지도 않으면서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걸 보면 '내로남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경선 때 같은 편끼리 격렬한 비방이나 비난의 모습을 대외적으로 노출하기 싫어 자유게시판을 없앤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이 끝나도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나 비방의 소지 많기 때문에 그 소리를 아예 듣지 않으려고 여전히 자유게시판을 열지 않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당시에도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문자 폭탄'을 극성스럽게 보내 공격할 때 "국민의 뜻"이라고 옹호했다. 문자 폭탄이 테러에 가까워도 "참여 민주주의의 새 지평"이라는 등 소통의 바람직한 모습으로까지 미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목적이 이루어진 뒤에는 쓴소리나 문자 폭탄을 일절 받지 않겠다는 건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태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문재인 정부는 '내로남불'의 오만과 독선을 벗고 '내로남로, 내불남불', 나아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나'와 '남'을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보는 균형감부터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