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나이 90이라고 시계가 말한다 알고 있어, 내가 대답한다 그대는 90살이 되었어 시계가 또 한 번 말한다 알고 있다니까, 내가 다시 대답한다  시계가 나한테 묻는다 그대의 소망은 무엇인가 내가 대답한다 내면에서 꽃 피는 자아와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그러나 잠시 후 나의 대답을 수정한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시계는 즐겁게 한판 웃었다 그럴테지 그럴테지 그대는 속물중의 속물이니   -김남조·90살 감성의 시, 인생은 지금부터   올 봄엔 구순을 넘긴 원로 시인(김종길 시인, 황금찬 시인)등이 타계를 했다. 김남조 시인은 1927년생이니까 올해 나이 90이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싱그러운 감성으로 시인은 지금도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이다.  후배들의 귀감이고 멋진 일이다. 김남조 시인의 작품 '시계'는 제29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이다. 속된 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을 성찰하는 시다. 시계(세월)와 화자(시인)와의 대화가 흥미롭다. '당신의 나이가 90이라고'(보통나이가 아니다) 시계가 말하니, 화자는 '알고 있다'고 무심한 듯 대답한다.  시계가 또 한 번 "당신의 나이가 90이라고!" 말하니까 모든 걸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노 시인은 당차게 응수한다. 그런데 이 시의 묘미는 후반부, '시인의 소망' 부분, 반전하는 대목이다. 즉, 시인의 소망이 "내면을 꽃피우는 일"과 "삶에 최선을 다하는 분발"이라고 고상한척 했다가, 즉시 대답을 수정한다. 그러니까 시인도 밥 먹고 똥 싸고 명예욕도 있는 … 속물들과 별 다를 것 없다는 것, 바라는 일이라곤 "사랑과, 재물과, 오래 사는 일"이라고 실토한다. 시인도 별 수 없이 "속물중의 속물이다!"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시 속의 노 시인은 시계와 한바탕 어린아이처럼 웃는다. 이 시를 읽으니 얼마 전 102살로 타계한 일본의 여류시인, '시바타도요'의 시가 떠오른다. 그녀가 99살에 낸, 할머니의 처녀시집 '약해지지마'는, 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 셀러 시집이 었다. "돌아가신 어머님처럼/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어머니가 그리워/노인 요양원으로/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돌아오는 길의 괴로운 마음//오래 오래 딸을 배웅하던/어머니//구름이 몰려오던 하늘/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지금도/ 또렷한 /기억. (시바타도요의 시, '어머니1')   얼마 전 서울, 김종길 시인의 영안실에서 뵌, 노 시인은 비록 지팡이를 짚고는 계셨지만. 여인으로써의 아릿따운 얼굴과 입술에 바른 붉은 립스틱 색깔이 오래 인상에 남아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