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 지흠아! 벌써 너가 군대를 가는 구나. 항상 내게 여리고 작은 아이였는데, 이제 대한의 남아로 국방의 의무를 지고 훈련소로 가겠구나. 하지만 아빠는 너를 배웅 할 수가 없다. 오는 11월 9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리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업무로 호찌민에서 마음으로 배웅을 해야 하겠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서 평소에도 만나지 못했기에 마음이 더욱 아련하다. 이곳 호찌민에서는 매일 아침 사이공 강이 보이는 창가에서 아침을 맞는다. 처음 며칠이야 낭만적일 수 있지만, 37, 8도에 이르는 더위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의 일은 항상 부담으로 다가 온다. 사랑하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문뜩 문뜩 떠오르는 허전함을 가슴 한곳에 담게 한다. 아마 너도 군대에 가면 그렇겠지. 오늘은 은행에 가려고 나섰다 비를 만났다. 우기에 들어 선 이곳은 하루에 두 번 이상 비가 내린다. 소나기와 함께 바람까지 동원하며 쏟아지는 비를 피해 근처에 건물로 뛰어 들어 갔다. 금새 그치려니 한 것이 폭우로 변하더니 1시간 이상 발을 묶는다. 은행까지 그리 멀지 않기에 택시비도 아낄 겸 걸은 것이 실수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일도 못보고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탔으니 소탐대실이다. 베트남의 가장 특색이 있는 것을 꼽으라고 했지. 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곳에 온 많은 이들이 보고 놀라는 것은 오토바이의 물결이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일터로 가기 위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용하는 오토바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수 만 대 아니 외곽의 큰 도로에는 수 십 만대에 이른단다. 역동적이고 늘 움직이는 도시 모습이다. 우리 가족 여행으로 대만 타이페이에 갔을 때 보았던 오토바이의 수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이 된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곳의 도로가 거의 일방통행이라는 것이 큰 작용을 하지 않았나 한다. 계획도시가 아니다 보니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많은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기존 도로를 확장하는 게 어렵지 않은가 한다. 그래서 대부분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앞뒤가 꽉 막힌 도로를 시간에 맞추어 가기엔 오토바이가 최고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정말 높다. 벤탄 시장과 마트에서 만나 상인들은 특히 한국 여성이 아름답고 피부가 좋다며, 한국 화장품을 자신도 즐겨 쓴다고 말을 건넨다. TV에는 한류 드라마가 채널 곳곳에서 나오고, 휴대폰·세탁기·자동차 등 한국의 상품이 인기 품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의 국력을 외국에서 본다는 것은 참 기분이 좋은 일이다. 이곳에 와서 난 아이러니 하게도 휴대폰이 가장 소중한 물건 중 하나가 됐다. 여기는 베트남어 외엔 다른 나라의 말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 이런 난관을 해소하기엔 휴대폰 만 한 것이 없다. 길을 찾고, 번역을 한 베트남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택시를 탈 때면 정말 유용하다. 주소를 찾고 이를 보여 주면 목적지까지 가기가 한결 수월하다. 바가지요금을 막는 기능도 한다. 처음에는 둘러 가는 바람에 생각지도 못했던 요금을 준적도 많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택시를 타면 바로 네비게이션 기능을 켠다. 그러면 택시 기사들이 되레 길을 묻기도 한단다. 좋은 세상임을 새삼 느낀다. 너희들도 매일 손에서 놓지 않듯이, 여기에 젊은이들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30대 이가 전체 인구의 70%에 달하는 인구 구조 탓에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정보는 서로를 잇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전체 인구 9,100만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00만 명이 사용한다. 이를 통해 화장품, 요리, 관광 등 다양한 정보가 교류되고 있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상품을 알리거나 정보를 전하려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아들아 ! 베트남의 시간은 변화무쌍하다. 우리나라가 70년대 80년대를 지나오면서 경제개발로 성장한 것처럼 이곳 또한 놀랄 정도로 변화가 빠르단다. 고층 건물이 곳곳에 속속 들어서고 지하철이 건설되고 있으며, 수많은 나라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젊은 인구가 많은 젊은 나라라는 장점을 가지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 나라는 불과 몇 년 후면 세계 속에 우뚝 설 것 같다. 발전이 다소 정체되고 있는 한국도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빠는 이곳에서 아마도 보다 많은 베트남을 눈으로 보고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 느끼고 얻을 것을 너에게 전해주마. 너도 요즘 신세대들이 가는 군대에서 배우고 느낀 것을 아빠에게 말해 주렴. 사랑하는 아들 지흠아 ! 몸 건강하게 군대 잘 다녀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