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자신이 영입한 '인재 1호'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됨에 따라 더 이상 머뭇거릴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날의 입장발표는 사건이 불거진지 보름이나 지난 뒤늦은 사과였다. 국민들은 이유미씨의 구속직전부터 안철수의 사과를 바랐고 공식적인 입장을 듣고싶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는 미룰 만큼 미룬 뒤 애매하고 묘한 뉘앙스를 남기는 말만 남겼다.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안철수는 대한민국 IT업계의 신화를 만들었고 그 신선한 성공을 발판으로 정계에 뛰어들어 일약 대통령 후보에까지 올랐던 사람이다. 그러나 지난 선거에서 보여준 용렬함과 생뚱맞음으로 국민들은 실망을 거듭했다. 이 사건이 불거진 후 국민은 물론이고 국민의당 안에서도 사실관계와 상관 없이 안철수 전 대표가 즉시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안철수는 끝까지 침묵했고 그 사이 국민의당은 이 사건을 이유미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지었다. 그래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머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은 주범을 이유미가 아니라 안철수의 인재영입 1호인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라고 지목했다. 사건의 진실이 어떠했든간에 이 문제는 안철수가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  안철수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 책임은 형식적이었다. 진정성 어린 사과는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조작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다"라고 말하면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모든 걸 내려놓느냐"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잘못된 일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예상을 넘는 정도까지 책임져왔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질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계은퇴에 대해서는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만 했다. 정계은퇴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이 수습될 때가지 자숙하겠다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의당이 상황을 수습할 때까지 조용하게 숨어있다가 국민들이 이 사건에 대해 잊어버렸다고 판단되면 다시 수면 위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타이밍을 놓쳤다. 사건이 불거진 뒤 즉시 국민 앞에 나섰어야 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모두 대선후보인 자신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자신의 인지여부를 떠나 정치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신속하게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비겁하게 침묵으로 일관하며 숨어 지냈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번졌다면 모든 것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은 결국 입에 담지 않았다. 도대체 안철수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도대체 무슨 매력과 미련이 있기에 안철수는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자신이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더 이상 안철수를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정치인으로 보지 않게 됐으니 자동 은퇴가 돼 버렸다. 이제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는 없어졌다. 대한민국 정치사상 이처럼 교묘하고 노골적인 허위 조작사건은 없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다들 뻔히 들여다보이는 수법으로 일을 저질렀고 국민이나 일을 저지르는 이들도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훤하게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머쓱하게 웃었고 국민들도 "내 그럴 줄 알았다. 더 이상 그러지 마라"는 식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 안철수와 국민의당 사건은 지독하게 국민을 배신했다. 모두가 새 정치를 외치는 안철수가 그런 일을 저지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안철수가 외치던 새 정치의 면모가 드러난 것이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맑고 투명해진 대한민국 정치판에는 들어설 곳이 없게 됐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다시 얼굴을 들이민다면 그건 전형적인 후안무치다. 하기야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두꺼운 낯이라면 다시 멀쩡허게 전면에 등장할 수도 있다. 이제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과거와 다르다. 대충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큰 오산이다. 안철수는 더 이상 우리 정치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 조용하게 살아가는 것이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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