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經)을 통해 도(道)를 알되, 경을 여의어야 도에 이른다(不立文字)'는 말이 있다. 전문지식이 필요하지만, 전문지식만으로 답을 찾고자 하면 찾을 수 없는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이 가진 여하한 지식도 그 근본은 사람의 경험과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어떤 난제(難題)를 해결함에 있어 전문지식이 필요할지라도 그 지식의 틀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상식적인 사고(思考)가 오히려 답을 찾게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진 그 전문지식만으로 원자력의 효용성과 안전성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별로 틀리지 않는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대부분 원자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게 되는데, 그 역시 무지(無知)의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이 하늘을 날기 전에는, 천둥과 번개가 내려치고, 때로는 엄청난 폭우를 쏟아 내는 하늘이 대단히 두려운 존재였기에 종교를 만들어 하늘을 우러러 받들고, 천신(天神)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항공기 조종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 하늘을 나는 항공기는 대단히 유용한 문명의 이기(利器)이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탈것인지도 알고 있다. '보잉747' 여객기는 수 십 만 종류가 넘는 부품들로 조립된 물건으로 그 한 대의 가격만 해도 수 천억원에 이르지만, 단 돈 몇 만원짜리 부품 한 개의 결함으로도 추락할 위험이 있으며, 그런 기계적 결함이 아니더라도 무게가 수 백 톤에 이르는 그 거구가 중력을 이기고 체공(滯空)하며 비행하기 위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변화와 기내(機內)의 인적 요소 등 매우 다양한 변수들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비행기라는 탈것에 오르는 자체가 대단한 모험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서울에서 뉴욕까지 단시간에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비행기에 오르게 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언뜻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의 크고 적은 비행기들이 이 지구라는 행성 위를 벌때처럼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으로 부터 불과 백 여 년 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고안하고, '린더버그'가 최초의 대서양 횡단 비행을 할 때만 해도, 인간이 '아폴로'우주선을 타고 달나라에 갔다 온 일 만큼이나 그것이 대단한 모험이었지만, 그 후 숱한 항공 참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항공 역사 초기에는 비행기만큼 많은 사고를 내는 탈것도 없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지구인들이 즐겨 항공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그것을 이용해야 할 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며, 또 사실 지금의 항공기는 과거 인간이 고안한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사고 확률이 낮다고 할 만큼 안전성이 강화된 것도 사실이다. 그 엄청난 이용률에 비하면 간간히 일어나는 항공사고란, 해상이나 육상교통수단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확률이지만,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참사가 되기 쉽고, 또 하늘을 나는 항공기의 특성상 긴박하고 드라마틱한 상황이라는 감성까지 더해져 유난히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항공사고의 문제라면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근래에 문(文)정부가 들어서면서 탈핵을 선언하자, 일부에서는 환영하지만, 또 다른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원자력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의 입장으로 상식의 범주에서 볼 때, 찬핵이나 반핵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가 인정되는 이유는, 원전(原電) 역시 보잉747기와 마찬가지로 효용성과 위험성이라는 분명한 양면성을 동시에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전혀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과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탈핵은 선언의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선언으로 당장 물리적인 탈핵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마치 고속으로 주행하던 차가 브레이커를 걸어도 즉시 정지되지 않는 것처럼. 즉, 불가분 30퍼센터의 대체 에너지원을 찾거나, 아니면 30퍼센터의 에너지 절약 달성을 이루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또 대책 없이 이미 싸질러 놓은 고준위 핵폐기물은 탈 원전과 상관없이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