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5년간의 국정과제에 경주와 관련된 공약사업이 빠졌다. 관련된 언급은 고작 관광과 관련된 문체부의 광범위한 사업에 불과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당초 후보 시절 경주시가 문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공약 요구를 하지 않았거나 문 대통령이 문화, 역사, 관광에 대한 정책을 후순위로 밀쳐뒀거나 둘 중에 하나다. 전자였다면 경상북도나 경주시가 적극성을 띄지 않은 것이고 후자일 경우라면 현 정부의 문화정책이 부실하다는 말이 된다. 어느 정부든 최우선이 경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말은 유명하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넓게 쓰인 어구로, 이 덕분에 빌 클린턴은 당시 현직 대통령인 조지 부시를 누르고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경제를 우선시 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아무래도 정치의 효율적 타깃은 국민의 주머니 사정이다.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는 것이 지지의 근본이라는 것을 정치인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모든 대통령들은 출범 당시 경제 해결을 머리에 둔다. 그러면서 문화와 예술, 역사와 관광은 슬그머니 구색맞추기로 끼워 넣는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중요한 것은 문화와 역사가 소외된 나라의 정치는 그렇게 견고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경제는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문화와 역사는 오랜 세월 기다려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정치인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관행은 중앙정치권이나 지방정치권이 같다.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풍족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이 가장 솔깃하다. 문화예술 진흥은 평범한 시민들의 귀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가뜩이나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 문화와 예술은 신선놀음으로 치부될 수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하게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줬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백범 선생의 말은 우리가 오랫동안 금언으로 알고 지냈으나 지금은 그 가치를 잊어버리고 산다. 초가지붕, 구불구불한 산길, 호박 넝쿨. 그 아름다운 우리의 보금자리가 어느 날부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바뀌었다.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서 구질구질한 살림살이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정신의 고향의 모습이다. 조금 가난하게 살아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부탄 사람들이다. 부탄은 국가 경영을 국민총생산에 두지 않고 국민행복지수에 둔다. 그들은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것을 국정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몇 년 전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네팔을 방문했다가 인근 국가인 부탄을 찾아 그들의 국민행복지수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다시 생각해 보자. 현 정부가 경주와 연관된 국정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아쉬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문화의 힘, 역사의 바탕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경주는 경주가 가야할 길을 묵묵하게 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를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현 문체부 장관이 도종환 시인이니 누구보다 문화의 중요성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침체된 국가경제의 돌파구로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도 설득해야 한다. 경주의 관광산업 경쟁력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다. 콘텐츠가 모자라지도 않은데 미리 포기할 이유는 없다. 고부가 관광산업의 융성을 위해 경주가 자발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도 공감하고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이 정부가 불합리한 정부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다면 우리는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내일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