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핵론자(贊核論者)들의 입장으로 보 면, 현재 탈핵(脫核)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원전(原電)은 지속될 수 없는 한계가 보인다는 것이다.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이라는 물질도 이미 매장량의 한계를 들어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현재의 방식인 핵분열로가 아닌 정반대의 핵융합로 기술이 실용화 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될 경우 인류는 앞으로 가장 친환경적이며 가장 값싼 무한정의 에너지를 가지게 될 것인데, 찬핵이라는 악셀레이터를 지금 아무리 밟아도 더 나아갈 길이 없다. 쌀이 사람을 생물학적으로 생존하게 하는 에너지원이라면, 전기는 인간문명을 유지시키는 주식(主食)이다. 둘 다 인간의 생존에 불가역적(不可逆的)인 요소를 두고, 개인의 전문성, 직업상 이해관계나 혹은 막연한 공포심에 의한 감성으로 찬반(贊反)을 논할 문제는 아니라 생각되며, 따라서 이런 문제는 합의에 의해 결과가 가역적(可逆的)일 수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만 우리가 합의해야 할 것은, 결론 없는 찬반 논쟁이 아니라 찬핵이든 반핵이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가능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이미 몸속에 암(癌)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의지나 합의로 암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기왕에 가진 암이니 섭생을 포기할 수도 없다는 말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따로 없다! 산불을 피하기 위해 반대편에 산불을 놓아 구사도생(九死圖生)하듯이, 탈핵을 위해 핵을 받아들이자는 논리가 궤변이 아니며, 핵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되, 에너지 절약부터 실천에 옮기는 일이 탈핵의 첫 단추다.  이제 좀 직설적으로 결론을 말해보면, 찬핵, 반핵 따위의 소모성 논쟁은 당장 그만두고, 이미 투자된 원전에서는 본전을 뽑아야 한다. 그러나 수명이 다한 원전에 대한 추가 투자는 재고한다. 그리고 그 사이 발전량 감소를 상쇄시키기 위한 에너지 절약 내지 대체 에너지 개발에 투자를 지속해 간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 같지만, 답은 상식 밖에 있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반 원전을 주장하는 분들은 우선 자기 집 전등 하나라도 끄고, 가급적이면 에어컨을 가동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찬 원전을 주장하는 분들은 우선, 혹시 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은 아닌지? 또 식자우환(識字憂患), 지식이 근심을 만들고, 전문지식에 의한 확신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보잉747은 거듭된 시행착오를 피드백하면서 완벽해 졌지만, 어느 누구도 현재의 완벽이 미래의 완벽임을 장담하지는 않는다. 원전(原電)은 미래에 대한 가불이다. 지금 누리는 에너지의 풍요는 후손의 빚이 될 것이며, 당장의 불편과 긴축은 후손에 대한 배려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함도 모든 사람이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며, 현재를 위해 미래를 버리자는 것도 모든 사람이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다.  'E=MC²'이라는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물리학 방정식 하나가 인류에게 던져준 숙제, 그것이 바로 판도라의 상자인 원자력인데, 이미 열려진 판도라의 상자는 다시 닫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딜레머이다. 논쟁이나 합의로 해결 가능한 일이 아니기에, 대책 없는 탈핵 주장도, 핵 예찬도 옳지 않아 보이고, 양쪽을 모두 수용하는 모순을 취함이 오히려 그 모순에서 벗어나는 지혜가 되지 않을는지? 탈핵은 선언으로 족하다. 그리고 찬핵도 목소리를 높일 일은 아니다. 어느 쪽이든 큰 소리를 내면 더욱 큰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단박에 해결하려 들면 해결책이 없고, 방치해서도 안 되는 일, 그것이 바로 원자력 문제의 결론일 뿐이라는 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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