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고 있지. 하지만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 그는 알지 못하리, 내가 여기 멈춰 서서 눈 덮이는 자기 숲을 지켜보고 있음을. 내 작은 말은 이상히 여기리라. 근처에 농가도 없는데 어찌하여 숲과 얼어붙은 호수사이에서 멈출까고. 올해 들어 가장 어두운 이 밤. 말은 방울을 딸랑이며 묻고 있네. 혹시 무언가 잘 못된 게 없느냐고. 그 밖에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고운 눈송이 흩날리는 가벼운 바람.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그윽한데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으니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구나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구나. - 로버트 프로스트 '잠들기 전에 내가 지켜야 할 약속은?'
혹독한 가뭄이었다, 경주는 더 심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한 줄의 소낙비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지는 않았다. 어제(지난 24일) 모처럼의 단비가 내려 대지를 촉촉히 적셨다. 25일도 아침부터 남산 쪽에 젖은 안개떼 몰려오더니 국지성 호우가 한바탕 대지를 적셔놓고 지나갔다. 다행이다! 농부들의 안도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제 오늘 경주의 오랜 가뭄을 해갈시켜준 '단비'가 너무 고맙다. 단비!를 향해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날. 무더위를 가시게 할 詩를 생각하다가 엉뚱하게도 여름의 한 복판에서 겨울 날 펑펑 쏟아지는 흰 눈발을 생각 했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 의 유명한 시 '눈 오는 밤 ,숲가에 서서'를 떠 올렸다. 아름다운 서정시, 언제 읽어도 깨달음을 주는 시다. 시 속의 밤, 눈이 오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어두운 이 밤"인걸로 봐 '성탄전야'거나 '제야'의 밤인지 모르겠다. 눈은 푹,푹,푹 내려 쌓이고, 시인의 당나귀가 방울을 딸랑거리며 주인에게 묻고 있다. (짐승이 사람에게 묻고 있다!) " 아저씨, 혹시 무언가 잘 못된 게 없느냐고" 그렇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죄를 지으며 산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우리는 날마다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일은 없느냐고. 이 시의 큰 울림은 마지막 연이다.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그윽한데/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으니/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구나/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구나" '눈 오는 숲'은 인생의 다른 은유다. 숲은 우리의 삶처럼 아름답고 어둡고 그윽한 것이다. 잠들기 전에 우리는 자신에게 지켜야 할 약속이 있으니…"삶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갈 길이 먼 삶을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길 뿐!임을, 시는 눈 오는 숲을 보며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