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는 아무래도 한반도 운명의 전환점이 될 것같은 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한국과 미국은 북의 도발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이같은 한미의 심각한 위기감에도 아랑곳없이 북한에 대한 제재에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같은 표면적 현상만 놓고 보면 이전과 별반 달라진게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상을 보면 이번 미사일발사로 동북아안보정세는 급변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폭탄 개발로 한반도에는 비대칭무기에 의한 남북간 전력균형이 깨져버렸고, 미국도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안에 들게 된 비상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방법으로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든지, 아니면 북한과 같은 종류의 무기로 전력균형을 이루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다. 이같은 생존의 선택을 하지못한다면 우리는 북한은 물론 북한과 손잡고 있는 세력에도 굴종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선택은 말로는 쉽게 할 수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러,일 등4강의 역할과 영향력이 너무나 막강하고,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가 이들 4강에 긴밀하고 엄청난 이해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직후 미국측의 반응은 이제까지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가 효과를 거두지못했다는 점을 들어 안보리이사회 소집 조차 않겠다고 선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측의 무책임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북(對北)원유수출중단 등 더 강력한 경제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할 태세다. 이같은 기세에도 미국은 아직 북의 핵과 미사일개발 포기에 무력을 사용하지않는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제재의 강화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조치에 순순히 승복할 때만 가능한 것이어서 과연 북한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이다. 오히려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거세기만하다. 다른 한편 미국외교가의 거물인 키신저와 여러 영향력있는 미국언론인들은 한반도문제에 대한 미·중과의 근본합의나 북·미양자합의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북한문제의 최대이해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한 이른바'코리아 패싱'방식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이 소형핵탄두를 개발해서 LA를 표적으로 할 경우 미국이 서울의 핵공격에 얼마만큼 방어노력을 기울일지 회의적 시각이 있는 것도 이같은 인상과 무관하지않다. 미·중, 미·북간의 합의가능한 내용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중국과 북한이 미국에 대해 가장 원하는 주한미군철수를 수용하는 대신 핵과 미사일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우리는 주한미군의 지원없이 핵과 미사일 등 막강한 비대칭무기를 가진 중국과 직접 국경을 접해야하는 입장이 된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국경을 접한 육로로 직접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조건에서 남북대치국면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의 안보는 어떻게 될까? 한미방위조약에 의한 핵우산의 효력은 인계철선 없이도 자동으로 작동할 것인지, 북한의 핵·미사일을 포기토록하는 마당에 우리에게 핵개발을 허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근세이후 제국주의 침략기에 나라를 잃었고, 2차대전종전기에 남북이 분단된 비극을 맛보았던 우리가 북한의 핵·미사일무장으로 세 번째 역사적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우리의 주체적 선택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