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부지런하라는 말이다. 여행에도 이 말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그래서 각 항공사의 사이트에는 얼리버드 특가가 있다. 미리 날짜를 정해서 예약을 한다면 성수기에도 무지 싼 운임료로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이나 젊은 직장인들은 아예 연초부터 여름휴가 계획을 잡고 얼리버드 티켓을 잡는다. 잘만 한다면 제주도 왕복 항공료 정도로 동남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방콕을 예로 들어보자. 스완나품 공항에 도착하면 방콕 시내로 향하는 택시와 버스, 지하철 등 선택의 여지가 많다. 버스는 100바트 정도니 우리 돈으로 약 3500원이면 시내 한복판으로 간다. 지하철은 그보다 더 싸며 택시의 경우 400바트 정도한다. 젊은 여행자들은 공항에서 동행자를 구한다. 택시 한 대를 대절하면 4명이 나눠서 낼 경우 100바트면 편안하고 빠르게 시내로 이동한다. 대부분의 젊은 여행자들은 배낭을 메고 카오산로드로 향한다. 거기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콘텐츠가 완벽하다. 500바트에서 1000바트에 이르는 숙소가 널렸다. 도미토리를 구한다면 300바트로도 숙박할 수 있다. 그리고 카오산로드의 길가에는 50바트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고 맥주와 음료도 거의 우리보다 반값에 해결할 수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우리보다 물가가 싼 이유도 있겠지만 물가뿐만 아니라 해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인프라는 관광대국답다. 호텔도 그렇다.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다면 우리나라 호텔 숙박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가격에 최고급 호텔에 묵을 수 있다. 이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호텔 수영장에서 즐기고 아침이면 푸짐한 식단의 조식도 만끽할 수 있으며 에어컨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방안에서 깊은 휴식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누가 인파로 들끓고 길이 막히는 국내 여름 휴양지로 가겠는가. 누추한 바닷가 숙소는 30만원을 오르락내리락하고 막국수 한 그릇이 1만원 가까이 하니 주머니가 울 수도 있다. 거기에 불친절까지 더해진다면 최악이다. 덥고 짜증나는 휴가길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은 없다. 언제 어디서든 손님 대접을 받고 종업원들이 항상 미소를 입에 걸고 있는 해외의 관광지로 간다면 비행시간의 피곤함만 제외한다면 천국 같은데 누가 어리석게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려 하겠는가.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진작을 위해 가능하면 국내에서 휴가를 즐겨야 한다는 애국심의 발로다. 다소 손해가 나고 짜증이 솟아도 우리나라에서 돈을 써야지라는 정의로운 애국심을 발휘하다가도 이런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면 억울해지는 것은 또 어쩔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의 관광정책이 대중없이 진행돼 왔다는 데 있다. 전체적인 물가와 형평성을 맞추려고 비용이 비싸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휴가철의 불쾌감은 없애야 한다. 성수기와 비성수로 나눠 들쑥날쑥하는 숙박비와 성수기에 성의 없이 내던지는 음식, 땀을 훔치며 들어간 식당의 종업들이 선사하는 불친절 등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제 우리의 산업구조는 중후장대형 산업에서 단소경박한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거기에 관광산업은 반드시 포함된다. 우리가 갖춘 콘텐츠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은 늦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다양한 가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춰여 하고 성수기가 아니더라도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언제라도 찾아와서 머물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식단과 표지판을 정비해야 하고 국내 관광객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고정되고 예측이 가능한 물가를 잡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로 관광산업으로 경제를 보강하겠다는 생각은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관광정책 입안자들은 장기간 유명 관광지를 답사해야 한다. 고급 호텔과 고급 식당에서 호의호식하는 여행이 아니라 배낭 하나 메고 직접 체험하는 출장 여행을 해야 한다. 그래야 생생한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만드는 정책은 지금까지 번번히 빗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