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궁금했다. 이곳에 온 초창기에는 따로 차가 없는 관계로 택시를 주로 이용하면서 근처 목적지는 자주 걸어 다녔다. 호찌민 시청과 응우웬 후에 거리, 대외협력국, 다이아몬드 호텔, 경상북도 호찌민 통상사무소, 사이공 스퀘어, 오페라 하우스 등이 사무실과 도보로 20여분 이내 에 있는 것도 걷는 이유가 됐다. 처음엔 베트남인들도 거의 걷지 않는 더운 날씨 아래, 오토바이 매연이 짙은 길을 다닌 다는 것이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 걷고 두 번 걷고 하다 보니 점차 익숙해 졌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중 하나가 호찌민에서 아름답고 걷기 좋은 길은 어디일까 하는 물음이었다. 호찌민은 지금부터 대략 150여 년 전인 1859년 이래 식민지 기간 동안 상당수 건물들이 프랑스에 의해 지어졌다. 그리고 당시 지어진 서양 건축 양식을 반영한 건물들이 많이 남아 지금의 호찌민을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 주고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건물은 호찌민 현대사의 상징인 통일궁이다. 그리고 내가 호찌민에서 아름다운 길로 꼽는 길 또한 그 통일궁 앞길이다. 특히 그 길은 나에게 사이공 강변길이나 국영은행을 지나 샛강을 건너는 '미라보 다리'를 닮은 길보다 더 좋다. 통일궁은 1868년 프랑스 식민지 정부가 인도차이나 전체를 통치하기 위해 지은 옅은 노란색의 고딕풍 건물이다. 베트남어로 '호이 쯔엉 통 녓(Hoi Truong Thong Nhat)'이라고 불린다. 총 6층으로 된 건물은 1962년 월맹군 폭격으로 파괴된 후 개축을 거쳤지만, 처음의 양식을 유지했다고 한다. 내부에 대통령 집무실, 큰 회의실, 내각 국무회의실, 외국 국빈 접견실 등이 있으며, 지하 벙커엔 베트남 전쟁 당시 종합상황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통일궁 테라스에서 바라보면 유연한 몸매로 물줄기를 뿜어내는 대형 분수 너머로 큰 길이 쭉 뻗어 있다. 아름드리 가로수가 숲을 이룬다. 한 폭의 그림 같다. 더욱이 통일궁 주변엔 100년이 훌쩍 넘은 역사의 유적들이 늘 사람들을 반긴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들에게 이 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보면 베트남 남부해방의 날을 기념하는 4.30 공원 옆에 눈에 익숙한 성당이 보인다. 프랑스어로 '성모마리아'라는 의미를 지닌 노트르담 성당이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비슷한 두 개의 첨탑과 프랑스에서 공수한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성당은 고풍스러운 모습에 마음이 절로 간다. 성당에서 고개들 옆으로 돌리면 노란 색의 서양식 건물의 중앙우체국이 눈에 들어온다. 두 건물 사이에 서면 마치 유럽 한 가운데 있는 것 같다. 더욱이 중앙 우체국은 파리 에펠탑을 디자인 한 귀스타브 에펠의 작품이라고 한다. 건물에 들어서면 그 고즈넉한 모습에 난 항상 시인 유치환의 시 '행복'이 생각난다. 이곳에는 여전히 우편업무와 외환 업무를 보고 있으며, 오랜 세월을 말해주는 낡은 전화 부스와 함께 고지도 그리고 각국의 시간을 알리는 시계가 벽에 걸려 있다. 1층 중앙과 2층에 관광객을 위한 매점도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발길을 조금 분주하게 부지런을 떨면 꼭대기에 천사상이 조각되어 있는 여성스러운 건물 오페라 하우스는 인근에 있다. 또 호찌민의 상징이며 젊음이 넘치는 '응우웬 후에 거리'의 멋진 남성적인 건물 호찌민 인민위원회 청사(시청사)와 호찌민의 동상도 만날 수 있다. 다소 빛바랬지만 고풍스러운 베트남 역사박물관과 호찌민 박물관도 지근거리에 있다. 통일궁 앞길엔 또한 승자와 패자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이 길은 1976년 통일 베트남 공산당 초대 서기장의 이름을 딴 '레 주언 길'이다. 레 주언은 베트남의 위대한 지도자 호찌민이 죽은 다음, 북베트남의 제1당서기로 취임해 베트남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영광의 삶을 살았던 그는 지금도 길의 이름으로 사람들에 회자되며 역사에 남아있다. 이에 반해 통일궁은 패망한 남베트남의 대통령 티우(Nguyen Van Thieu)와 마지막 대통령 즈엉반민(Duong Van Minh) 등이 대통령궁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북베트남의 탱크가 진입하면서 월남이 패망하면서 그들은 불명예를 안았다. 그리고 특히 즈엉반민은 지금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사진으로 그 궁 안에 남아 있다. 길은 길로서 이어지고, 길은 길로서 만난다. 역사도 그렇다. 그리고 난 오늘도 그 길 위에 서있다. 아름다운 길과 뒷면에 깃든 승자와 패자의 시간들을 생각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