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묵이 먹고 싶다 달빛 같은 메밀 향이 그립다 어수룩하고 구수한 맛이 그립다 메밀가루를 눈대중하여 서서히 저어 굳힌 메밀묵, 은근히 당기는 맛이 좋다. 없어도 있는 듯한 말랑하고 야들야들한 맛, 달밤 다듬이소리처럼 아련한 그리움이 스민 메밀묵, 눈 내리는 밤 온돌방에서 눈물 많은 친구를 만나 겸상해 메밀묵을 먹고 싶다. - 권달웅 '달밤 다듬이 소리, 그 아련한 그리 움의 시'
권달웅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통해 선명하고 간결한 서정시를 쓰는 시인이다. 요즘 같은 기계문명 속에서 자연 속에 지어놓은 오래된 통나무집을 보는듯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를 쓰고 있다. 그의 시에는 애틋한 그리움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정서가 보석처럼 박혀있다. 경주의 여름 한철은 '메밀묵'보다 '밀면'이 별미다, 경주에 왜 '메밀면' 보다 '밀면'이 유명할까, 나는 잘 모른다. 시적인 뉴앙스는 '메밀묵'이 당기는 힘이 크다. 이 시는 '메밀묵'음식을 소재로 하고 있다. 목월 시인도 '적막한 식욕'이란 시에서 "모밀묵이 먹고 싶다/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에 올라/새 사돈을 대접하는 것/ (중략)… 어수룩한 산기슭의 허술한 물방아처럼/ 슬금슬금 세상 얘기를 하며/먹는 식욕(중략)… 쓸쓸한 음식"이라고 '모밀묵'(메밀묵)을 노래했다. 시 '겸상'의 배경은 '달밤'과 '눈 내리는 밤'이다. 경주의 '달밤'과 경주의 "눈 오는 밤'고도에서 눈물 많은 친구(!)와 겸상하며 먹는 메밀묵을 연상해 보시라. 분위기가 한결 더 어울리지 않는가. '눈물 많은 친구' 여름날에 눈 오는 시, '8월의 크리스마쓰' 분위기다. '달밤에 듣는 다듬이 소리'는 지금은 잘 들을 수 없는 소리다. 그리움이 스며있다. 이 시는 '눈물 많은 친구'를 만나 겸상하는 시인의 온돌방 같은 따쓰한 마음이 전해 온다. 특히 "달빛 같은 메밀 향" "없어도 있는 듯 말랑하고 야들야들한 맛" "아련한 그리움이 스민 메밀 묵"등 메밀묵에 대한 공감각적 이미지들이 이 시를 읽는 감칠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