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후 제헌국회에 의한 지방자치법의 기원은 1949년까지 거슬러 갈 수 있지만, 정권의 편의를 위해 그 법의 시행이 보류되거나 중단 되는 등 사실상의 지방자치가 이루어지지는 않다가 1991년에 이르러서야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기치아래 지방의회의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의회의 순기능과 역기능 등에 대한 고찰은 정치학자들의 몫으로 두고,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심심찮게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해 좀 생각해 본다. 시민의 혈세를 경비로 쓰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여행에 대해 그것이 연수인가 아니면 외유인가라는 논란이 계속되어 왔는데, 사실 그것은 용어의 문제일 뿐, 과연 논란꺼리가 될 문제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기에 용어나 명분을 다투기에 앞서 그것은 그냥 해외여행으로 정의하면 될 일이기에 하는 말이다. 나 역시 누구 못지않게 해외 나들이를 많이 해 본 사람이지만, 타고 난 형편이 그리 좋지 못해 단 한 번도 팔자 좋게 순수한 관광목적으로 해외를 나가 본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주로 취업이나 비지니스 목적의 여행들이기는 했지만, 님도 보고 뽕도 딴다는 식으로 비지니스 여행이면 무슨 상관인가? 거렁뱅이가 떡 생겼을 때 제사 지낸다는 말도 있듯이, 나갔을 때 관광도 좀 하면 되는 것을, 그것으로 무슨 시비 걸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어떤 목적의 여행이든 간에 여행은 보고 듣는 것(見聞)이고, 비지니스 여행을 간 사람은 뭐 목적 외의 일이라 해서 무슨 안대(眼帶)로 눈을 가리고 다녀야 하는 것도 아닐 태니,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을 두고, 너 왜 연수 간다 하고 관광까지 하고 왔느냐고 따지는 일도 우습지 아니 한가 그 말이다. 문제는 왜 꼭 나가야 했는지? 또 그렇게 자주 나갈 이유는 무엇인지? 혹은 통과의례(通過儀禮)처럼 당연한 것인지 등은 생각해 볼 바가 있을 것이다. 가령 우리 집에 오십 평의 터밭이 있다면, 우선은 그 터밭에서 생산되는 야채로 부식을 조달하게 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부득히 밖으로 나가 마트 등에서 구입해 올 것인데, 자기 터밭에 싱싱한 야채를 두고 굳이 교통비와 시간을 낭비하며 외부에서 그것을 들여와야 될 이유는 없는 게 아닌가?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지방의회 의원들도 제대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평소에 의정활동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인데, 우선은 해외로 뛰쳐나가기 전에 당장 자신의 주위에서 보고 배워야 할 것은 없는지? 그리고 잠시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얻어질 지식은 없는지? 그런 다음 반드시 외국의 현지에 가 보지 않으면 안 될 사항이 있을 때, 해외로 나간다면 뉘라서 그것을 탓할 것인가? 홍수가 났다고 중국의 양자강이나 미국의 미시시피 강에 가서 보고 와야 하는 것도 아닐 것이며, 지진이 났다고 일본이나 중국에 가서 보고 와야 대책이 나오는 것도 아닐 터인데, 무슨 사안만 있으면 지방비 해외여행부터 가보자는 그런 관행이 바로 외유 시비의 빌미가 되는 게 아닐까?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은 '마르코폴로'가 동방견문록을 썼든 그런 시대가 아니다. 당시에는 머나먼 여행길일지라도 현지에 가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시대였기에, 세상을 살피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목숨을 건 견학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지금이야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실시간 눈으로 볼 수 있고, 또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실시간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서는 몇 날 며칠씩 비싼 경비까지 써 가며 또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해외 견학이 오히려 대단히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자체 의원들의 관행적인 해외여행은 어떤 명분으로 미화하더라도 합리화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굳이 가려하면 사안을 보아, 왕복 항공기 티켓팅 정도만 공공 예산으로 집행하고 나머지는 자비(自費)를 쓰도록 하면, 아마도 의회를 비워놓고 장기간의 호화 외유를 하는 관행은 자연히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덧붙일 말은 의원들뿐만 아니라, 지자체 장이나 공무원들의 잦은 출국 역시 위무성(慰撫性) 외유의 성격은 없는 지도 함께 들여다봐야 할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