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을 왼쪽에 놓고 먹으면 안 되나요? 벽시계를 바닥에 놓고 보면 안 되나요? 액자를 조금 비뚤게 걸면 안 되나요? 도자기 화분에 잡초를 심으면 안 되나요? 잠옷을 뒤집어 입고 자면 안 되나요? 남자가 치마를 입고 다니면 안 되나요?   -최영채   과연, 시란 무엇인가? 인생에 정답이 없듯 시에도 정답이란 없다. 시에서 우리는 맨 얼굴로 이 세상 두두물물과 만난다. 시인은 고정관념에 잡혀 시를 쓰지 않는다. 시는 모든 언어의 해방구다. 시는 우리가 세상의 진실을, 진실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는 창이고, 생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의 방식이다. 일찍이 시인 오규원은 노래했다 "시에는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낡은 사람들이/아직도 살고 있다/ 시에는/ 아무것도 없다/조금도 근사하지 않는/우리들의 생 밖에.  -오규원, '용산에서'중에서 "쮸쮸바를 빨고 있는/저 여자의 입술을/詩라고 하면 안되나   -오규원,'버스 정류장에서'중에서 최영채의 '이러면 안 되나요?'시는 어린이의 눈으로 쓴 동시다. 오규원 시인의 '버스 정류장에서'의 주제를 동시로 패러디 하고 있다. 때 묻지 않은 동심은 바로 시인의 마음이다. 시인은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우리는 사물을 볼 때, 예를 들어 '나무'를 볼 때도 '나무'를 사물 그대로 보지 않고 관념으로 먼저 본다. 시인은 '나무'를 관념으로 보기 전에 '나무'를 '나무'의 맨얼굴로 먼저 보라고 암시 한다. 국을 왼쪽에 놓고 먹어도 되고, 벽시계를 바닥에 놓고 보아도 삶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액자를 조금 비뚤게 걸어도 , 도자기 화분에 잡초를 심어도, 그리고 잠옷을 뒤집어 입고 자도, 남자가 치마를 입고 다녀도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다녀도 삶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시는 조금도 근사하지 않는 우리들의 생을 담는 진솔한 그릇이다. 시가 꼭 근사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만 담는 그릇이 아니라, 자신의 진솔한 삶의 메시지가 담기면 곧, 시가 된다는 동시다. 시란 무엇이고 시인이란 무엇인가? 지금 집의 텃밭에 시퍼런 호박 줄기가 눈부신 햇살아래 내가 살아 있다고 시퍼런 소리로 땅을 휘감고 기어가고 있는 늦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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