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 패는 사람이 있으면, 쥐어 맞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인데, 우리나라 정보기관은 정보수집 기관이 아니고, 국민을 쥐어 패는 곳인가? 막상 국정원 회의 녹취록이 공개되고 보니 기가 차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새삼스러운 일 같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만들어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아마 우리나라에서 그 '중앙정보부'만큼 공포스러운 기관이 또 있었을까? 설령 남산 지하실에 끌려가 보지 않은 사람들일지라도 당시에 남산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 같은데, 궁정동 안가의 총성 이후 그 악명 높았던 중정(中情)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한 때는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한 번 좀 더 부드러워 보이는 이름으로 개칭된 게 바로 현재의 국정원(국가정보원)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안보를 위하여 정보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미남 배우 '숀코네리'가 열연한 007 영화로 친근한 영국의 정보기관, 그리고 미소 냉전시대에 치열한 첩보전을 수행했던 미국의 CIA와 구(舊)소련의 KGB는 너무나 잘 알려진 세기의 정보기관들이었다. 물론 미국과 소련 외에도 이스라엘의 MOSAD 같은 무서운 정보기관들이 있으며, 프랑스의 DGSE나 독일의 BND도 세계를 무대로 암약하는 정보기관들이기는 하다.  우리나라의 국정원도 그간 여러 번 이름을 바꾸어가면서 나름대로 국가안보에 기여한 바가 적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본연의 임무인 대공수사(對共搜査)나 해외 정보수집 업무 외에 특정 권력 비호, 정권안보 등에 동원되면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 것이 어두운 과거라 할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기관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며, 그 막강한 조직력과 예산, 그리고 거의 무소불위에 가까운 그 은밀한 권력이 오용(誤用)되기 시작하면 그것이야말로 국민들에겐 끔찍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헌법이 명시하고 있긴 하지만, 권력은 결국 권력을 가진 자의 것이다. 가령 내가 너에게 검(劍)을 쥐어 줬지만, 그 검으로 나를 내려치면 어찌할 것인가? 호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은 사육사지만, 호랑이가 미치면 사육사도 그 호랑이의 사냥감일 뿐이다. 따라서 호랑이는 빈틈없는 울타리로 견제되어야 하는 것이며, 권력의 속성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즉, 민주주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호랑이에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막강한 대권(大權)으로,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일 이외에 할 수 없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대통령은 국군 통수권자일 뿐만 아니라 국가를 움직이는 데 가장 중추적인 권력인 Big-3 혹은 Big-5 라고도 하는 그 권력기관의 수장들 모두가 대통령의 수하에 있으며, 그들을 임명하거나 해임할 권한 역시 대통령의 것이다.  세습(世襲)을 제외하면, 보기에 따라 왕권과 큰 차이가 없으니, 막상 대권을 잡고 보면 장기집권 내지 합법을 가장한 세습에 대한 유혹도 사람인 이상 느껴질 터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말은 인간의 속성 상 불변의 진리라 할 것이며, 결국 민주주의란 절대권력에 대한 견제, 즉 권력의 분산으로 조정될 수 밖에 없는 제도로 보인다. 강한 권력일수록 더욱 강한 견제장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최소한 Big-3에 해당하는 권력기관의 수장은 집권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국민이 직선(直選)하는 제도도 고려해볼만 하지 않을까? 근래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는 검찰개혁과 함께 '국정원' 역시 어떤 식으로든 집권세력의 절대적인 영향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할 것 같고, 단지 몇 사람의 월권행위에 대한 가벼운 단죄(斷罪) 정도로는 절대로 이 악순환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쥐어 맞는 국민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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