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옥마을이라고 한다면 서울의 북촌과 전주 한옥마을을 손꼽는다. 안동의 하회마을이나 경주의 양동마을 등은 문화재급이니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거닐며 마시고, 먹고 자기에는 마땅치가 않으니 논외로 치자. 북촌은 국가대표급 한옥마을이다.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이 마을의 골목은 아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전주의 한옥마을도 북촌에 못지않다. 성수기에는 승용차를 아예 1km 정도 밖에 주차를 하고 걷거나 전주시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야 할 정도다.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과연 얼마나 우리 한옥과 전통문화의 참맛을 즐길 수 있을까 의심이 든다. 한옥의 상당부분은 숙박업소로 바뀌었고 길과 잇댄 집들은 음식점이나 카페로 변했다. 호젓하게 우리 문화의 참 멋을 느끼며 걷기에는 분주하고 어수선하다. 가옥들이 한국적이라고는 하나 이미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것들이 우리의 전통문화와는 무관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곳곳에서 대여하는 한복들은 너무 개량, 현대화 돼 어느 매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화류계 기생들이나 입었을 복장이 어떻게 전통한복이냐는 독설을 뿜어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경주의 황남동 한옥마을은 소박하고 서툴지만 우리의 전통 가옥의 멋을 느끼기에 훨씬 더 조건이 좋다. 물론 이곳의 한옥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가옥들은 아니다. 길어봐야 수십년 된 기와집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냥갑처럼 지었던 슬라브 지붕의 시멘트집들과는 달리 기와를 얹고 마당도 남겨뒀다. 손바닥한 마당이지만 화초도 심고 더러는 장독간도 있다. 이곳들은 개인공간이기 때문에 여행자들이 쉽게 드나들 수 없지만 황남동의 골목길을 접어들면 마치 4~50년 전 우리가 살던 공감 속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어느 정도 갖춰지기 시작했다. 카페도 있고 한옥 체험숙소도 생겼다. 그리고 골목에서 벗어나면 대릉원의 둥그런 봉분이 바라다 보여 신라의 옛 수도에 온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도 있다. 북촌이나 전주의 한옥마을처럼 화려하고 분주하지는 않지만 고요하고 아름답다. 어느 집의 담장에는 맨드라미가 피었고, 기와를 조각내 담장을 장식한 정성도 발견한다. 밤이 되면 어두운 골목길에 가로등이 켜지고 호젓하게 걷다보면 한옥 업소들이 켜놓은 조명등은 가히 몽환적이다. 경주의 한옥마을은 따지고 보면 세계적인 관광 콘텐츠다. 번다함을 싫어하고 상업적으로 변해버린 전통공간을 싫어하는 여행자라면 이곳은 최상의 공간이다. 그리고 최근 조성된 황리단길은 화룡점정이다. 한옥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온갖 음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업소들이 다소곳하게 자리잡았다. 이제 황남동 한옥마을은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여행자들이 몰릴 것이다. 그러다보면 북촌이나 전주처럼 도 본질이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남는다. 이쯤에서 경주시는 전략을 잘 짜야 한다. 과연 북촌이나 전주처럼 번잡한 시장터처럼 만들 것인지, 원형을 잘 보존한 골목길을 그대로 놔두고 외곽에 편의시설을 포진시킬 것인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물론 골목길에 사는 주민들이 북촌처럼 숙소를 만들고 업소를 만들고자 한다면 방법은 없다. 그렇게 된다면 경주는 중요한 관광자원 하나를 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경주 황남동 한옥마을에서 아쉬운 점은 있다. 여행자들을 위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갖춰지기 시작했다지만 문화적 공간이 없다는 아쉬움이다. 간혹 소담한 서점들이 있어 쉼터가 되기도 하고 문화적 향기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갤러리도 있어야 하고 작은 콘서트 공간이 있어야 한다. 관광과 문화는 쌍둥이처럼 존재해야 그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먹고 마시고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공간으로만 존재해서는 품격을 오래 가지고 가기 어렵다. 오랜 세월 인고하면서 지켜왔던 한옥마을을 이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행정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시민들의 삶을 간섭하고 통제한다면 곤란하지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로드맵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해 나간다면 한옥마을 주민들도 모두 공감할 것이다. 좁고 낡은 골목길은 우리 모두의 추억이다. 이 골목길에 요란스러운 간판을 내건 업소들이 들어찬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