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고령 의원들이 17일 침체 일변도를 걷고 있는 당 지지도의 침체 원인과 이를 높이기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섰다.
김성순 의원이 주도해 60세 이상의 의원 15명으로 결성된 '민주 시니어'는 이날 국회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당 발전을 위해 '시니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당 지도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연장자나 선수가 높은 의원들에 대한 예우가 부족한 국회의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순 의원은 "현재 민주당 운영은 젊은 층 중심으로 간다"며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계속 우리가 공부하면 얼마든지 젊은 사람 못지않게 일을 할 수 있다"고 고령 의원들의 의견이 당 운영에 적극 반영되지 않는 현실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특히 모임 회원들에게 "의총에서도 체면 생각하고 잘 받아들여지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서 발언도 잘 안 한다"며 "우리가 논의해서 종합된 하나의 의견이 나오지는 못해도 지도부에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 그것은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 지지도에 대해서는 "첫째로 당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고 둘째로 우리가 정말 대안정당으로서 노력을 했나 하는 점"이라며 "정책정당으로 거듭나 차기 집권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몇 가지 점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신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안이 있을 때마다 모여 의견을 나누고 종합해서 그런 의견이 반영되면 우리 당이 나아지지 않겠냐"며 "(노인은) 지식과 경험의 보고라고 생각한다. 노인을 보고 뚜껑을 따지 않은 자원이라고 하는데. 젊은 사람 못지않게 참여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생각이었다"고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38년생 동갑내기 최고령인 박상천 전 대표와 홍재형 의원도 "자주 모여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좋을 것 같다", "자주 모여서 깊이 생각하자"고 이 모임의 결성을 환영했다.
김충조 의원은 "(민주당이) 아주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질된 것이 많다"며 '장유유서'의 후퇴를 지적, 선수(選數) 하나의 차이가 엄청났던 과거를 회고하며 "이제는 그런 것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며 "(예전에는) 이야기해봤자 반영될 것 같지도 않다는 감을 갖고 있었지만 당과 국회에도 (의견을) 반영하는 중심체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종표 의원은 "이상적인 가정은 3대가 같이 사는 가정이라고 한다. 중심은 아버지지만, 할아버지의 경륜과 의견을 듣지 않나"라며 "우리 당도 이제 3대가 모여 있기 때문에 의식이 취합돼 긍정적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한다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강봉균 의원은 민주당의 합당과정을 거론하며 "그 때 진통에 대한 의미도 우리가 생각을 해야 한다. 지난 1년간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그 과정이 의미 없이 그 전으로 그냥 돌아가 버리면 지지가 안 나온다"며 "고민하는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은 '늙은 말의 지혜'를 뜻하는 한비자의 '노마지지(老馬之智)'를 들어 "나는 대안이나 견제, 야당성 회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키는 것이 어려운 것이고 그런 점은 굉장히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당의 진로나 비전은 한 마디로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문 의원은 "옛날 이맘때면 자문회의 상임위원단 회의나 최고위원회의에 (고령 의원들도) 얼굴로 앉혔다"며 "상임고문단 회의라도 자주 하면 거들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김민석 최고위원 문제에 대해 "만약 이 정도까지 갈 정도라면 김민석 최고위원을 위해서라도 현명한 방법이 없었을까, (조사에) 응하면서 투쟁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나 한다"며 "물론 이런 계기로 우리가 또 단결하는 계기는 되지만 뭔가 크게 잃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 기회가 있으면 우리가 서슴지 말고 발언해야 되지 않느냐"며 "이런 기회에 (모임이) 시작됐으니 우리의 견해를 간단하게 전달하자는 차원을 넘어 지혜로운 이야기가 나오면 지도부를 초청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은 의정과 국정에 많은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리가 민주당 (입장)에서 활용의 대상이 되고 우리도 민주당에 지혜를 줄 위치에 있다"며 "우리가 국민과 함께 가야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오랜만에 국회에 와 보니 이상할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며 "기본적으로 우리 민주당 의원들이 의석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어쩔 수 없이 당이라는 게 지도부 중심으로 가는 만큼 지금 어려울 때 현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성남 의원은 민주당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데 대해 "우리든 당 지도부든 우리가 대변하고 있다는 서민 중산층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덜 되어 있다"며 "우리 스스로의 생각에 함몰되지 않고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지혜나 경륜을 발휘하는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는 문희상 국회 부의장과 김진표 최고위원을 비롯해 홍재형, 박상천, 신낙균, 김충조, 강봉균, 최인기, 서종표, 김영진, 이성남, 이시종, 김희철, 김성순, 박지원 의원 등 원내 60세 이상 15명 전원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