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1878∼1910) 의사의 옥중 휘호가 경매에 나온다. 서울옥션은 12월16일 평창동 서울옥션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올해 마지막 경매에 안중근이 옥중에서 쓴 붓글씨가 출품된다고 밝혔다.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라는 ‘논어’ 위령공(衛靈公) 편의 글귀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필히 가까운 근심이 있게 된다’는 뜻이다. 휘호의 왼쪽 아래에는 ‘경술삼월 어여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書)’라는 글씨와 함께 안중근의 수장인(手掌印)이 찍혀 있다. 추정가는 3억~4억원이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 세무관으로 근무한 우에무라 시게히로(上村重傳·1871~1943)가 안 의사와 친분으로 형 집행 3일 전에 받은 것이다. 1959년 일본 동화신문 11월16일자에 기록돼 있는 사실이다. 해방신문 문화란에도 상편(1949년 10월9일자)과 하편(1949년 10월13일자)에 걸쳐 필자인 이석조가 우에무라 유족의 집을 찾아가 휘호를 보는 과정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필자는 안중근이 사형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원대한 이상을 강조하는 글을 쓴 점을 특히 주목했다. 안중근은 의거 후 감옥에 있는 동안 일본인과 아는 사람들에게 붓글씨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200여 점으로 추정되는 휘호 가운데 40여점 만이 발견됐다. 이 중 20점이 보물로 지정됐다. 이번에 경매에 부쳐지는 ‘인무원려필유근우’는 1972년 8월16일 보물 제569-8호로 지정된 다른 유묵인 ‘인무원려난성대업(人無逺慮難成大業)’과 유사한 내용이다. 이 유묵은 숭실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그동안 안중군의 휘호는 서예부문에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2006년 12월12일 서울옥션 제104회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서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요, 성패는 하늘의 뜻에 달렸다’는 의미의 ‘모사재인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 휘호가 4억6000만원에 팔렸다. 2002년 5월23일 서울옥션 제54회 경매에서는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포부를 이룰 수 있다(澹泊明志寧靜致遠)’이 2억1870만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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