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거점국립대는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우수한 교육인프라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정한 대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나 지금이나 매년 입시철만 되면 서울, 수도권 대학으로 학생들이 몰린다. 형평성에 맞는 정부의 지원만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다"이성만 경북대 의과대학 행정실 사무팀장은 경북대에서 17년간 동거동락하며 누구보다 경북대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공무원이다. 2002년 4월 경북 포항교육지원청에서 경북대로 전입한 이후 지금까지 무려 14차례에 달하는 부서 이동을 해 온 그는 해당부서마다 놓치기 싫은 직원으로서 정평이 나있다.이 팀장이 몸담고 있었던 부서마다 그가 남겨온 흔적들을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굵직한 업적들만 살펴봐도 ▲총장임용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계획 수립 및 추진 ▲약무실습 대상 기관 확대를 통한 실습여건 개선 및 교육의 질 제고에 기여 ▲개교70주년 기념 엠블럼 제작 및 슬로건·포스터 공모전 개최로 대학 홍보 ▲'언론 홍보지침 개정'으로 대학 홍보 활성화에 기여 ▲미리 가본 경북대학교 1박2일 체험 프로그램 추진 ▲대학 안내 도로표지판 개선으로 방문객 편의제공 및 대학 이미지 개선 ▲주차요금 납부방식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도입 ▲재난 및 비상사태 대응 계힉 선제적 수립·시행 ▲안전한 캠퍼스 구축을 통한 교육환경 개선에 기여 ▲일·가정 양립정책 실현을 위한 직장어린이집 설립 및 개원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 추진 등 11가지나 된다.특히 이 팀장은 경북대를 우리나라 곳곳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던 '미리 가본 경북대학교 1박2일 체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시작한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이 프로그램은 여름방학 기간 중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대학 캠퍼스 내 생활관에서 합숙하며 대학생활을 미리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학생들은 이 기간동안 '경북대 알아보기(대학소개)', '경북대 입학하기(입시전형 안내)', '경북대 공부하기(테마특강)' 등을 체험하며 경북대의 우수한 교육환경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체험하게 된다.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에 생겨나게 된 배경에는 슬픈 '지방대'의 현주소가 담겨 있다. 매년 입시 때마다 입학생들의 감소를 우려한 지방대학에서 교수와 직원들을 고등학교로 파견해 호객행위 같이 홍보하는 방식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이 팀장은 "지금도 입시철 만되면 전국 고등학교 교문에는 '대학교수·잡상인 출입금지'란 팻말이 붙는다"며 "그만큼 지방대의 현재 여건이 열악하다는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이 팀장은 누구나 경북대를 이해하기 쉬운 프리젠테이션(PT)을 만들기 위해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컴퓨터에 매달리는 한편, 방송과 신문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 결과 ▲2015년 200명 모집에 550명(103개교) 지원 ▲2016년 300명 모집에 6120명(484개교) 지원 등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냈다.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학교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대구 전역 31군데에 불과했던 도로표지판을 북구청과 동구청 관계자들을 설득해 38군데로 늘리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동안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했던 주차요금도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도입을 통해 방문객의 편의를 이끌어 냈다.한편 그는 전국의 지방거점국립대가 겪고 있는 열악한 재정여건에 대해 개선이 불가피하다며 우려를 보였다. 여기에는 서울·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과밀 현상도 포함된다.이 팀장에 따르면 전국의 지방거점국립대에 주어지는 예산은 대학마다 큰 차이가 없다. 사실상 서울·수도권이 갖고 있는 넘쳐나는 주변 인프라에 비해 지방도시의 대학들은 몇 배나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실제로 지방 대학들의 북으로 향하는 일탈 현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2013년 충남 홍성의 청운대는 인천 도화지구에 제2캠퍼스를 개교했다. 중부대도 경기 고양 캠퍼스를. 동양대는 동두천, 을지대는 의정부에 각각 캠퍼스를 개교했다. 충청권 대학들이 속속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자 이번에는 서남대, 원광대, 우석대 등 호남 지역 대학들이 충청권의 빈 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지방의 많은 대학들이 보다 나은 운영을 위해 북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이 팀장은 이에 대해 "우수한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는 자정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금전적인 문제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며 "대학은 우수한 교육 제공을 목적으로 하지만 재원이 없다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우수한 교수진을 갖추기도 힘들 뿐더러 이에 따른 학생 유출 현상도 뒤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탁상행정에 따른 대학의 자정의 노력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대학마다 형평성에 맞게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그래야지만 지방대가 살 수 있으며 나아가 지방 경제의 활성화도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