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권익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던 18세기에 여성주의 담론을 일깨운 여성이 있다. ‘최초의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의 어머니’라 불리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의 역작이 번역, 출간됐다.
‘여권의 옹호’는 소년들뿐 아니라 소녀들도 국민 교육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남녀평등 사상을 강조한다. 여성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갖출 수 있도록 이성을 갈고 닦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18세기 여성들이 남성들을 위한 부속품, 인형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모와 교태에 치중하고 질투와 사치만 일삼는 모습을 비판하며, 여성이 개성이나 인격을 갖출 기회도 없이 존엄성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계몽주의의 선두에 섰던 루소의 견해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여성의 나약하고 감정적인 모습, 여성스러운 매력만을 보여주는 문학작품의 내용과 표현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이 갖춰야 할 미덕은 여성미가 아닌,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겸손과 도덕성이라고 짚어냈다. 이를 위해 단순한 교양교육의 수준을 넘어 제도적인 교육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이끌어낸다.
시대를 앞서간 울스턴크래프트의 페미니즘은 인권과 정의를 위한 파수꾼으로 기능하는 페미니즘의 원류로 자리한다. ‘여권의 옹호’는 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시리즈 52번째 시리즈다. 손영미 옮김, 581쪽, 2만8000원,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