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불황 여파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본격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이미 GM대우와 현대차는 1일부터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을 시작했으며, 르노삼성도 연말에 5일 가량 생산라인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완성차 업계의 몸부림이 시작됐다.
르노삼성은 우선 24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부산공장 생산라인에 한해 가동 중단에 들어가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른 생산 감소 물량은 총 4000대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1일 “24일부터 5일간 부산 공장에 한해 신차 관련 설비 테스트 및 라인보수 작업을 위해 휴무를 하기로 했다. 생산은 2일부터 재개된다”며 “일부에서 4일 생산 운운하는 것은 결정된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휴무로 줄어드는 생산량은 하루 800대씩 대략 4000대 가량이며, 앞으로 시장상황과 재고 사항을 고려하면서 생산량 조절하는 방법을 더 검토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1일부터 본격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경기불황에 따른 판매 감소로 지난 달 22일과 23일부터 울산 2·4공장의 주말특근을 중단했다. 1일부터는 울산 3공장을 제외한 모든 공장의 특근과 잔업을 중단했다.
현대차에서 잔업이 없어진 것은 40여년만의 일로, 평일에는 주·야간 합해 16시간만 공장이 가동되고, 4시간의 잔업도 없어진다. 이달에만 이 같은 감산 조치로 2만9000대 가량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울산 2·4·5공장과 전주·아산공장은 주·야 2시간의 잔업이 중단됐다. 울산 2·4·5 공장은 그동안 평일 주·야간 10시간씩 근무했지만 이달부터 8시간씩만 근무하게 됐다.
베르나와 클릭 등 소형차 생산라인인 1공장은 주말특근을 없앴으며, 제네시스와 투싼 생산라인인 5공장과 전주·아산공장의 주말특근도 중단됐다.
그러나 아반떼HD와 i30 등 수요가 꾸준한 중·소형차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은 변화 없이 기존대로 잔업과 주말특근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앞서 북미 수요 감소를 이유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4분기 생산량을 15000대 가량 줄이기로 하고 지난달 말부터 연말까지 부분적 생산 중단을 하고 있다.
◇현대차 40년만에 잔업 중단..GM대우는 공장 STOP
앨라배마 공장은 연말까지 11일 가량 휴무하게 되며, 1만5000대를 감산하게 됨에 따라 줄어드는 생산금액은 소나타(대당 2500만원 기준) 기준 3750억 원 가량에 이를 전망이다.
기아차 역시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광주2공장과 카니발을 생산하는 소하리 1공장, 소렌토와 모하비를 생산하는 화성1공장의 잔업과 특근을 중단했다.
기아차의 이 같은 감산조치로 12월 5000대 가량의 물량이 줄어든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기름값 인상 등으로 SUV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GM대우도 1일, 회사 출범 이후 처음이자 최대 규모의 감산에 들어갔다. 이날 GM대우는 ‘윈스톰’과 중형 세단 ‘토스카’를 생산하는 부평 2공장에 대해 내년 1월4일까지 가동 중단에 본격 돌입했다.
부평 1공장과 창원·군산 공장은 오는 22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가동을 중단하게 된다. 이번 가동 중단으로 GM대우는 모두 3만3000대의 물량을 줄이게 된다.
GM대우 관계자는 1일 “GM대우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장 가동 중단을 하게 되었다”며 “부평1, 2공장과 창원·군산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생산량 감소는 모두 3만3000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쌍용차 역시 지난 10월말 노사가 국내외 경영상황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생산직 350여명의 인원을 내년 9월까지 유급 휴직하기로 결정했다. 또, 희망퇴직제도까지 실시키로 하고 지난달 5일부터 신청자를 받고 있다
쌍용차는 전환배치 이전에 정규 생산직 사원에 대해 2007년과 2008년 2회에 걸쳐 근무형태 변경을 통한 휴업을 한 바 있다. 사무 관리직 사원 역시 안식 휴직제 시행을 검토 중이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사의 감산 규모가 월 6만여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자동차 내수 판매가 올해보다 10% 이상 줄어든 110만 대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수출 부진이 예상돼 내년에는 가동 중단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가 대규모 감산과 인력감축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전 세계적 경기불황의 끝을 알 수 없어 수요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감산 조치가 결국은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실물경제 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감산 움직임이 본격화함에 따라 협력사발 감원이 현실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감산에 돌입한 이후 1차 협력업체 최초로 울산 효문공단 내 덕양산업이 50명 규모의 희망퇴직 공고를 사내게시판에 내는 등 우려했던 협력업체의 구조조정도 현실화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