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농촌공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국농촌공사를 필두로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향후 전 직원의 10%인 2000여명 가량을 감축키로 하는 등 공기업에 고강도 구조조정이 몰아칠 전망이다. 한국농촌공사는 지난달 27일 경제위기 극복과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노사가 조직·인력·사업·경영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경영 개혁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근무 태도가 안일하고 무능력한 직원들을 ‘조직발전 저해자’로 규정, 퇴출시키고 현재 5912명인 업무 지원직을 5068명으로 15%가량 감축한다. 우선 올해까지 명예·희망퇴직자 등의 감축을 통해 정원의 10%를 줄이고 상시 퇴출제도를 통해 내년 이후 5%를 추가로 감원한다. 또한 전 직원의 임금인상분 40여원과 2급이상 간부직의 급여 10%를 포함, 51억원도 자진 반납한다. 본부 17부서, 지역본부 66개팀, 93개 지사였던 조직 구조 역시 현장 사업수행능력 제고 차원에서 17부서, 36개팀, 70개 지사로 개편된다. 이와 함께 경영효율 제고차원에서 농어촌뉴타운건설, 5대 강 수계 통합 등의 국책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며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83개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지를 세울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농촌공사의 경우 최근 구조조정 차원에서 전체인원의 15%를 감원키로 했는데, 노사 합의 하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올해 급여인상분 2.5%를 기금으로 만들어 퇴직자들에게 보태 주기로 했다”며 “이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임용된지 얼마 안 되는 농촌공사 사장이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방침을 적극적으로 따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켜올린 뒤 “각 부처 장관들은 산하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연말까지 실적 등을 평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농촌공사의 이같은 구조개혁안을 ‘모델’로 삼도록 지시하자 다른 공공기관들도 퇴출제를 도입하는 등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촌공사의 뒤를 이어 공기업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공기업들도 잇따라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한전의 경우 지난 5일 부사장과 본부장 등 상임이사 4명의 사표를 수리하는 한편, 10% 안팎의 인원을 줄이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한전은 독립사업부제를 확대하고 외부용역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우선적으로 마케팅본부와 송전부분이 독립사업부제로 전환된다. 마케팅본부는 전력의 소매 부문인 배전과 판매를 담당하며, 송전부문은 전력판매의 도매 부문을 맡게 된다. 또한 2만1700명인 인력 가운데 10분의 1일인 2000여 명을 희망퇴직 등을 통해 줄일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는 6본부를 4본부 체제로 줄이는 안을 검토 중이다. 대형화를 추진 중인 한국석유공사는 주력 사업을 해외 유전개발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며 석유개발본부를 신규탐사본부와 개발생산본부로 분리해 2본부 체제로 확대한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은 처, 실 통폐합을 통한 지원 인력 감축과 토목 및 건설 인력의 전환 배치를 추진 중이다. 적자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 온 철도공사는 여객과 화물 등의 사업을 회계를 기준으로 분리해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부위탁과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을 추진한다. 도로공사도 마찬가지로 민간위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인력과 조직운영을 효율화한다는 방침 아래, 예산 10%삭감과 더불어 내년까지 임금이 동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공기관들이 경영효율화를 위해 조직의 슬림화, 조직단계의 단순화, 인력의 재배치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 다소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 코레일, 한국지역난방공사, 도로공사 등이 1차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견된 공공기관의 경우 신규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한전과 토지공사 등 30개 주요 공공기관의 올해 신규채용 규모는 지난해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한 946명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신규 사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기관은 기존 인력감축 기간을 2~3년에서 1, 2년 정도 늘려주고 신입 채용에 소극적인 기관은 10%의 인력감축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기관에서 신규채용을 하기란 어렵다. 아무리 신규사원을 적극 채용하면 인력감축 기간을 늘려준다고 해도 어차피 감원이 필요한 조직에서는 신규채용 보다 기존 인력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나머지 100여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예산조정을 통해 간접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방침이어서 이들 또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채용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경우 통합을 예고하고 있지만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걸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도 통합 방침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최종결정은 연말로 미뤄놓은 상태다. 이는 금융 불안과 중소기업의 지금난으로 기보와 신보의 역할이 어느때 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해당 지역사회와 기관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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