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단일지도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2월말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하던 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앞서 지도체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방법이 달라져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들 사이 이견이 드러난 바 있다.
한국당은 2016년 20대 총선 패배를 계기로 당 권한을 강화한 현 체제를 도입, 유지하고 있다. 단일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분리 선출되기 때문에 순수 집단지도체제(집단지도체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표의 권한이 막강하다. 하지만 독단적 당 운영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왔다.
함께 논의된 집단지도체제의 경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구분하지 않고 투표를 해 득표순에 따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방식이다. 다양한 인물이 지도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지만, 차점자들의 동반 입성으로 계파 간 대리전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의사 결정 지연 등이 단점으로 거론된다.
지도체제 결정은 전당 대회 핵심 룰 중 하나인 만큼, 한국당은 지난해 10월 당내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개정 여부 결정에 앞서 신중을 기했다. 당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4%가 집단지도체제를 선호한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의원 총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현행 지도체제를 유지하자는 의원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이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전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의 갈등이 공천 파동으로 이어졌던 장면을 학습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새누리당은 '봉숭아 학당'이라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총선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다.
현재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 중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황교안 전 총리,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원외 후보들이 강한 권한이 부여되는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심재철·주호영·김진태 등 중진 의원들은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한국당이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오 전 시장, 황 전 총리 등의 출마에도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단일지도체제 선호 뜻을 밝힌 바 있는 오 전 시장은 지도체제 결정 이후로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알리기도 했다. 강한 리더십을 강조해 온 홍준표 전 대표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단일지도체제 하에서는 신임 당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전당 대회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 사이 계파전이 격화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을 중심으로 뭉쳐 세 대결을 펼칠 거라는 전망이다.
주호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황 전 총리 변수로 집단지도체제의 필요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비대위가 단일지도체제를 결정해서 아쉽지만, 그 결정을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가 중요하다. 향후 전당대회 과정에서 극단적인 계파싸움이 우려된다"라며 "지금은 선당후사, 화합형 당대표가 당의 개혁과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한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는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최고위원들이 자기 몫을 챙기려 하는 것보다는 당 대표가 원칙을 가지고 공천권을 행사하는 게 더 공정할 수 있다"라며 "어떤 인물이 되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