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요즘은 주변 환경이 스산하고 쓸쓸해서 예전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따뜻하고 활기찬 사람들의 밝은 표정이 연상된다.
게다가 하얀 눈이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도 찾아온다면, 많은 사람들은 그 눈이 하늘의 축복인 것 마냥 즐거워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어쩌다가 때맞춰 그날 눈이 내린 것뿐이라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역시 사람을 들뜨게 하고 기쁘게 한다. 어른들의 경우, 내게서 이미 사라져 버린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감수성' '낭만에 대한 그리움'을 반기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경험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과거 30년간 5대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확률이 30%로 가장 높았다. 그리고 대구와 부산이 10%로 가장 낮았다. 서울과 광주는 27%였다. 전국 평균으로는 20% 정도되는 확률이니, 5년에 한 번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부산과 대구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확률은 10%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과거 30년간 부산의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린 날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의 3년뿐이었다. 게다가 2002년과 2001년에는 거의 날리는 정도의 눈이었고, 2001년에 그나마 2.2cm의 눈이 내렸을 뿐이다. 대구는 더욱 심해서 2000년과 2001년에는 거의 날리는 정도의 눈이 왔었고, 2002년에도 0.1cm라는 아주 적은 양의 눈이 내렸다. 그러니 대구와 부산에서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을 확률은 10%이다. 눈이 쌓이는 것을 볼 수 있는 확률은 3% 밖에 되지 않는다.
광주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여덟 번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있었지만, 대부분 3cm 미만의 눈이었고, 1979년에만 그나마 5.5cm의 비교적 많은 양의 눈이 왔을 뿐이다.
대전에서도 지난 30년 동안 아홉 번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지만, 그 중 여덟 번이 4cm 미만의 눈이었고, 2002년에만 5.5cm의 많은 눈이 내렸었다.
서울의 경우에는 지난 30년 동안 여덟 번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있었다. 80년대에 두 번, 90년대에도 두 번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있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2000년, 2001년, 2002년, 2005년에 네 번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있었다. 하지만 내린 눈의 양은 매우 적어서 1cm 미만인 경우가 네 번, 3cm 미만인 경우가 네 번 있었다. 서울에서도 2000년대 들어서는 크리스마스에 2cm 이상의 눈이 내린 적이 없는 것이다.
서울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찾아올 확률은 채 30%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옅은 안개의 일종인 박무(mist)가 낄 확률은 무려 70%나 된다. 지난 30년간의 통계대로라면 서울의 크리스마스는 대부분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가 아니라 ‘미스트 크리스마스(mist Christmas)’였던 셈이다.
우리가 흔히 듣고 부를 수 있는 캐럴인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는 이런 가사가 들린다.
‘꿈 속에 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캐럴 가사에 나타나듯이, 그리고 앞선 통계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현실에서 보는 것이 꿈 속에서 보는 것보다 더 어렵다. 게다가, 현재 발표되어 있는 예보대로라면 올해에도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요즘처럼 모두에게 힘겨운 시기에 꼭 필요한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희망도, 화이트 크리스마스처럼 현실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지만, 바라고 기다리는 사이 우리에게 힘을 준다.
김영도
(규제개혁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