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어느덧 9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경주는 그동안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 등의 당명을 거친 자유한국당의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이른바 ‘보수의 텃밭’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치러진 기초의원 선거를 통해 정부여당이자 제1진보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경주에서만 무려 기초의회 의석 4자리를 차지한데다, 같은 해 치러진 경주시장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2.4%라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기록하면서 경주에서 자유한국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등식을 적용하기에는 불안하다.
경북신문은 제21대 총선을 9개월 여 앞두고 자천타천 경주지역 국회의원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을 통해 경주시민들의 표심의 향방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제21대 경주 총선···‘수성’이냐 ‘탈환’이냐먼저 보수계열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제21대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가 유력시되는 인물은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운 김석기 국회의원 ▲17대 국회의원이자 변호사로 이름을 꾸준히 알리고 있는 정종복 변호사 ▲경주고 출신으로 울산광역시 부시장을 역임한 전충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경주 출신의 김원길 박사(한국정치학회 이사) ▲이채관 수원대 특임교수(이회창 총재 정무특별보좌관) ▲이중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감사 등이 자의반 타의반 출마가 유력시 되고 있다.
또 다른 보수계열인 바른미래당에서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 경주시장 후보로 이름을 알린 손경익 전 경주시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가 하면, 보수계열 무소속 진영에는 ▲2014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경주시장 후보로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선거에서 복병이 될 진영은 더불어민주당으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얻은 36.13%의 지지세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더불어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경주 건천 출신으로 지난 1990년 국회입법 고등고시에 합격해 현재 중앙부처 차관급 인사인 한공식 국회 입법차장이 민주당 유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 차장은 6선의 문희상 국회 의장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만큼, 이 같은 하마평이 이미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또 ▲지난 6·13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고 경주시장 후보로 출마해 22.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한 임배근 더불어민주당 전 경주시지역위원장도 공천 여부와 상관없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지난 20대 경주시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15.9%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경주에 법률사무소를 개설한 권영국 변호사도 이름에 오르고 있고 ▲판사와 변호사 사이에 돈봉투가 오가는 현실을 질타했다가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한 법관으로 유명세를 떨친 신평 변호사가 경주에 사무실을 개소하면서 출마설이 나돌고 있고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차관을 역임한 최양식 전 경주시장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경주 출신의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출마설도 꾸준히 나돌고 있다.
# 보수세 강하다는 ‘경주’···내년 선거판에서도 이어질까?이처럼 내년 총선을 놓고 경주는 출마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경주는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이른바 TK의 성지이자, 도시와 농촌이 복합된 도농복합도시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 왔다.
이런 탓에 역대 총선을 살펴봐도 보수당 출신 후보가 단 한 번도 낙선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는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은 정종복 전 서울지검 검사가 51.3%의 득표율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고, 다음 선거인 2009년 재선거에서는 친 박근혜 계임을 내세운 정수성 전 육군 제1군 사령관이 득표율 45.88%로 당선됐고, 또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은 정수성 의원이 56.6%로 받아 재선 의원이 됐다.
또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김석기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44.97%의 득표율로 금뱃지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처럼 지난 4차례의 총선 결과에서 보듯 경주는 보수당 공천을 받았거나 친 보수계임을 내세운 후보들만이 5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되면서 지역에서는 ‘한국당 공천=국회 입성’이라는 등식까지 만들어졌다.
# 한국당···두드러진 민주당 약진 속에 경주민심 지켜낼까? 하지만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 같은 등식이 내년 총선에서도 이어질 의문시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은 당시 주낙영 후보가 34.9%라는 역대 최소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이른바 보수 일변도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2.4%라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로 기록한데다, 경주시의회 의석 21석 가운데 4석을 가져간 것도 이 같은 의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기초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36.13%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자유한국당이 53.26%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를 무려 17.13%로 줄여 보수 일변도의 경주에서도 이른바 ‘파란’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주 역시 자유한국당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등식마저 사라진 셈이어서, 지역 민심이 어디를 향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