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을 때가 있죠?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광고 카피는 더 이상 낯설지가 않습니다. 생각이나 기분, 느낌, 열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유혹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침묵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시선이나 발길을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사로잡다'입니다. '잡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잡는 게 사로잡는 건지 생각해 보셨나요? 사로... 흔히 쓰는 말이지만?막상 이렇게 물으면 쉬 대답하기가 어렵죠? '사로'라는 말이 '보다 완전하다'는 뜻으로 '잡다'를 강조하는 말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사로'라는 말은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불완전한', '부족하고 어설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다음 단어들을 보면 좀 이해가 될 겁니다. '사로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염려가 되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조바심하며 자는 잠'을 말합니다. '사로잠그다'라는 말도 있는데요, '빗장을 반쯤 걸어놓은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사로잡다'라는 말은 '산채로 잡다'라는 말입니다. 적군을 사로잡고, 적국의 왕을 사로잡고, 죄인이나 반역자를 사로잡고, 사냥감을 사로잡던 구체적인 이 말이 시대가 지나면서 용도폐기되고, 강한 느낌의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남은 말입니다. 욕구와 충동에 사로잡혀 수많은 사람을 불안과 공포로 사로잡은 희대의 살인마는 과연 죄책감에 사로잡혀있기나 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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