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속절
한손에 막대 잡고 또 한손에 가시 쥐고 /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 후기의 유학자로 동쪽(우리나라)에 역학을 전했다고 해서 역동선생(易東先生)이라 불렸던 우탁(禹倬 1263~1342)선생의 ‘탄로가(嘆老歌)’입니다.
세월은 속절없이 참으로 빠르게 흘러가죠?
오늘 이야기는 '속절'입니다.
‘하염’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많고 적음도 없고, 크고 작음도 없고, 있는 것도 없이 오로지 있는 것이라고는 ‘없다’만 있는 '속절'이라는 말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요?
조상의 묘를 돌보는 일은 우리조상 대대로 아주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주로 한식과 추석에 성묘를 하는 풍습이 남아있으나, 원래는 계절마다 한 차례씩 성묘를 하였는데 이를 ‘속절(俗節)’이라 합니다. 제삿날 외에 철에 따라 사당이나 선영(先塋)에 차례(茶禮)를 지내는 날을 이르는 말입니다.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숙야(叔夜)는 속절에 초연한 태도로 금서(琴書)와 시화(詩畵)를 즐기며 살았다고 합니다. 숙야(叔夜)처럼 파격적인 사고를 지니지 않더라도 집안 살림이 빈곤하여 성묘 제물을 차릴 형편이 되지 못하면 이 속절을 지낼 수 없게 됩니다. 그야말로 속절없이 속절이 지나고 말죠.
'속절없다'라는 말은 '속절을 지낼 수가 없다'라는 말이 변하여 자리 잡은 말입니다.
좋은 일들이 늘 함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