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서 근무하던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씨가 북한에 의해 억류된지 7일로 100일째 된다. 정부는 그 동안 개성공단 실무회담 등을 통해 유씨에 대한 접견권 및 변호사 조력권을 허용해 줄 것과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유씨의 소재조차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억류 100일에 즈음한 현재까지 유씨를 만난 남측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평양압송설' 등 각종 설이 난무하는 동안 정부는 뚜렷한 해법 제시는커녕 상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유씨가 개성에 억류된 것은 지난 3월30일. 당시 북한은 우리측에 개성공단에 근무 중인 남측 직원 1명이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북한)의 정치 체제를 비난하고 여성 종업원을 변질·타락시켜 탈북시키려고 책동했다'며 관련 규정에 따라 조사 중이라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정부는 북한의 통보를 받자마자 북한의 행동은 남북 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피조사자에 대한 접견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아무런 답변도 보내오지 않았다. 결국 통일부는 북한이 근거로 제시한 '정치 체제 비난'과 '여성 종업원 변질·타락'이 무엇인지 당사자의 해명도 듣지 못한 채 "유씨가 개성공단 내 북한 출입국 사업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추측만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이 4월3일 유씨 접견 및 조속한 석방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북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으며, 북한의 로켓 발사가 임박하자 정부는 4일 북한에 체류중인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위한 긴급 지침을 하달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당사자(유씨)의 신변 안전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대답만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1일에는 때마침 개성공단 운영과 유씨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접촉이 개성에서 열렸다. 그러나 북한은 이 접촉에서 유씨 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전면 거부했으며 정부 대표단은 지루한 릴레이 사전 접촉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씨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심지어 북한은 유씨 문제를 포함한 우리측 문서를 한번 훑어본 뒤 곧바로 돌려주는 등 '무시전략'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후 6월11일 개성공단 1차 실무회담에서 "유씨는 별 탈 없이 잘 있다"고 한데 이어 19일 2차 실무회담에서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유씨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2004년 체결된 이 합의서 제10조는 남측 인원이 법질서를 위반했을 경우 북측은 이를 중지시킨 뒤 조사하고 대상자의 위반 내용을 남측에 통보하며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남측 지역으로 추방하도록 하고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북한이 향후 협상에서 보다 진전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으나, 북한은 7월2일 3차 실무회담에서 유씨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개성공단 토지임대료 인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이날 회담은 차기 회담 날짜도 확정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이에 앞서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유씨가 "매우 불순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우리 인민이 추호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유씨 문제가 비관적으로 흐르자 정부는 오는 21~23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국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 유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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