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북한에 억류된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는 등 유씨 신병과 관련한 남북간 협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 회장은 이날 오후 2시께 정지이 현대 U&I전무와 함께 2박3일간의 일정으로 개성 육로를 통해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대아산측은 "현 회장이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회장 6주기 추모행사에서 북측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리종혁 부위원장을 만나 당면 현안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평양 방문을 제의, 북측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의 방북과 별도로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도 이날 오전 10시 개성공단을 방문, 유씨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평양과 유씨가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개성에서 동시에 석방 협상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10일로 억류 134일째를 맞는 유씨 문제는 이번 주 초 중대 기로를 맞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그 동안 3차례에 걸친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통해 유씨의 소재와 상태를 파악하려고 했으나 그 때마다 돌아오는 북한의 대답은 "유씨는 별 탈 없이 잘 있다"였다. 북한이 현대아산 유씨 문제와 관련한 직접 협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6월19일 열린 제2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따라 유씨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였으나, 지난달 2일 3차 실무회담에서는 유씨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개성공단 토지임대료 인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다. 이번에도 북한이 유씨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거나 무리한 대가를 주문해올 경우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일단 북측이 유씨 문제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 만으로도 상황은 낙관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북한은 나름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제 북미 관계를 풀었으니 내부적으로는 남북교류협력을 정상화해 실리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결국 북한은 억류 근로자 문제도 풀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교수는 또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 또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며 "금강산 문제도 다시 어떤 형태로든 모양새를 갖춰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만약 현 회장이 유씨 석방 교섭에 성공할 경우 이르면 이번 주 중 유씨가 풀려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씨는 지난 3월30일 북한 체제비난 및 여종업원 탈북책동 혐의로 북한 당국에 의해 체포돼 현재까지 외부인 접견조차 금지된 채 억류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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