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19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권한을 둘러싸고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인 이 위원장이 권익위원장 권한을 넘어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권익위의 위상과 역할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권익위 등을 대상으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이 위원장에 대한 세간의 말과 우려가 많다"며 "정부의 실세, 혹은 2인자라는 평이 있다"며 운을 뗐다.
박 의원은 "권익위원장을 맡으면서 데려간 공직자 3명에 대한 경찰 신원조회가 하루만에 끝났다"며 "청와대에서도 임명할 때 최소 3~4일 걸리는 경찰 신원조회가 하루 만에 끝난 것은 이 위원장이었기 때문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권익위 홈페이지조차 이 위원장 개인의 동정으로 가득찼다"며 "국민들이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은 "'실세'가 권익위원장이 된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 위원장의 대권 행보 가능성과 업무정체 가능성, 비현실적인 지도 평가 가능성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이 위원장의 경인 아라뱃길 공사현장 방문 등을 상기한 뒤 "이것이 권익위원장에 직접 접수된 민원인가"라며 "그러니 소통령이니, 대통령급 권익위원장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이 위원장이 경인운하 사업 관련 발언을 하고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것은 사실상 총리 이상의 행보를 걷는 것"이라며 "(권익위 업무와 관련없는) 다른 일까지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의 5개 사정기관 연석회의 및 공무원 청렴도·부패지수 평가 발언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폈다.
무소속 신건 의원은 "고위공직자 평가가 자의적으로 진행되거나 다른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공직자 길들이기 또는 소신있는 공무원 통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어 국회의원 청렴도 평가 발언에 대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까지 청렴도를 조사하겠다는 것은 3권분립을 어기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이를 빌미로 선출직을 압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도 "이같은 발언은 국가 권력기관을 장악해 권익위가 아닌 '국가 권력위'로 탈바꿈 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케 한다"고 질타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이 위원장의 영향력을 통해 권익위의 역할과 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질의하기 전 "어사 박문수, 포청천 같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역사에 남는 위원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같은 당 이한구 의원은 "권익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본다"면서 "이 위원장의 과거 행보를 봤을 때 권익위로 오는 여러 민원들을 대충 대충 처리하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은 "이 위원장이 부패척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는 것을 월권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과 비중을 고려할 때 이번 기회에 행안부와 연계해 권익위 시스템을 일원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19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오 위원장이 의원질의를 경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