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나라당이 신문법 등 미디어법안을 단독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낸 무효확인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아 법안의 유무효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야 4당 의원들이 "7월2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심의·의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국회의장단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사건과 관련, "심의·표결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무효확인청구에 대해서는 기각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제238회 국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방송법 개정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각각의 가결 선포행위는 위법하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방송법 재투표 행위는 일사부재의원칙에 위배되며, 신문법 의결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의 대리투표 행위 등이 있었다"는 야당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각각의 법안에 대한 가결 선포행위로 인해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는 야당 측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특히 "(신문법 의결과정에서) 대리투표로 의심받을 만한 행위와 권한이 없는 사람에 의한 임의의 투표행위 등이 다수 확인됐다"고 판시하는 한편, "(방송법의 경우) 투표 집계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달한 경우 국회의 의사는 부결로 확정된다"며 표결 과정이 위법했음을 광범위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IPTV법안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기각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신문법 무효확인청구는 재판관 6대 3, 방송법은 7대 2,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및 금융지주회사법의 경우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모두 기각했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한나라당이 야당 의원들을 배제하고 신문법, 방송법, IPTV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하면서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심사보고, 제안취지 설명 및 질의·토론절차가 생략됐으며 대리투표도 자행돼 법률안 심의 표결 권한을 침해당했다는 것이 야당 측의 주장이다.
또한 방송법 수정안을 의결하면서 정족수가 미달됐음에도 부결 선언을 하지 않고, 곧바로 재투표를 해 가결시킨 점도 문제가 됐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 여부를 가름하기 위해 2차례에 걸친 공개변론을 치르고, 한차례 증거검증 절차를 진행했다.
사진=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미디어법'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 심판사건 선고을 위해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가운데) 등 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