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1일 오전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8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정운찬 국무총리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11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정 총리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정운찬 총리는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8차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을 통해 "1월말까지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가능하면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생각하겠다"며 "제 명예를 걸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또 "민간합동위를 오늘(11일) 구성해 다음주 초 1차 회의를 하는 등 속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하겠다"며 "현 계획대로 세종시가 진행되면 나라와 충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현재대로라면 세종시는 특별법대로의 복합도시가 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관합동위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당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당에 협조하고 야당과의 논의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정운찬 국무총리도 잘 말했고 대통령도 추진방침에 대해 원칙적인 이야기를 했다"며 "청와대도 이런 (세종시 수정안 마련) 방침을 뒷받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정부가 세종시 관련 입장을 밝혔으니 당과 국회의 입장에서 세종시 문제를 말하겠다"고 말한 후 "세종시는 국가 중대사이기 때문에 소신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펼 때는 절제된 언행과 예의를 지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원내대표는 또 "연일 세종시 문제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이 동의할 수 있고 충청도민이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신속히 마련해 올해 내로 모든 논란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의 백년대계와 충청도민 마음이 마음이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정부와 한나라당 특위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아울러 근거 없고 확인 안 된 안이 여기저기서 보도되고 있는데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정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모두 신중한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친박계인 충청 출신의 송광호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공개적으로 한 마디 하겠다"며 작심한 듯 정운찬 국무총리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송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한 두 사람의 소신과 정치철학 때문에 한꺼번에 함몰될 수는 없다"며 "국무위원들이 말할 때는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 말을 할 때 한나라당에 어느 정도의 부담을 주느냐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재보선 때 총리는 세종시 사업이 재보궐 선거에 전혀 영향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총리가 세종시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여론조사에서 2% 앞서가던 충북 선거가 말도 안 돼게 참패했다"며 "과연 백년대계를 봤을 때 세종시를 그렇게 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국무위원들은 1년 반 내지 2년 정도가 되면 직을 그만두지만 우리는 내년 6월에 지방선거를 치러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갖고 각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그 여세를 몰아 총선, 대선에서 이겨 정권이 좌파계열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 총리가 원안을 수정하지 않으면 백년대계를 기약할 수 없다고 했는데 자족도시 문제는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해결이 가능하다"며 "기왕에 모든 문제가 여기까지 왔고 물러설 수 없다면 정부 안을 충청도민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준으로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만약 대안을 발표한 다음 다시 갑론을박을 하면 국론분열은 물론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례적으로 고위당정협의회는 국무총리, 여당 대표, 대통령실장,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이 끝난 후 이후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왔기 때문에 이날 송 의원의 돌출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세종시 문제는 중요하면서 시급한 국정현안"이라며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주 대안을 발표하겠다고 했고, 대통령도 대안의 기준을 제시했는데 국론분열이나 갈등으로 치닫기 전에 대안과 해법을 논의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한나라당에 정기국회에서 정부제출 법안과 예산안이 제때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 총리는 모두발언 중 참석한 당 지도부의 이름을 모두 언급하며 "당·정·청이 긴밀히 상의하고 협력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며 총리로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본격적인 법안 및 예산심의에 들어갈텐데 내년 예산과 핵심 법안은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논의돼야 할 사안인 만큼 저를 비롯한 장관들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가 상의하겠다"며 "당에서도 지금까지 도와준 것처럼 아낌없는 지원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국회에 4대강 살리기를 포함해 중요한 친서민중도실용 정책을 뒷받침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다"며 "당에 있는 여러분께서 지혜와 힘을 모아 법안과 예산안 통과에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이에 대해 "오늘은 정 총리 취임 후 첫 고위당정협회의이면서 중요한 회의"라며 "당정이 사후적이고 형식적인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회의될 수 있도록 총리와 당이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을 가지고 야당이 발목을 잡으리라고 예상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법정시한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며 "예산안을 법정시한인 12월2일까지 통과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특히 "이명박 정부의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은 수질과 수량을 개선하고 일자리 창출, 홍수 예방, 경제적인 여러 효과가 있는 1석 7조의 사업"이라며 "예산이 반드시 그대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한나라당에서 정 대표를 비롯해 원내대표, 최고위원단,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여의도연구소장, 원내수석부대표, 정조위원장단, 기후변화대책특위위원장, 기획재정·행정안전·지식경제·국토해양위 간사, 원내공보부대표, 대변인, 대표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또 정부에서는 정 총리를 비롯해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지식경제부·환경부·국토해양부·특임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녹색성장위원장, 국무총리실 국무·사무차장이, 청와대에서는 정 실장 외에 정책실장, 정무·국정기획수석이 각각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