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서 발생한 확진자·격리자 투표 논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현 정부 들어 정치 중립성 논란의 한복판에 섰던 적이 수차례 있었던데다 이번 대선 들어서도 선거 벽보 누락 사고와 이른바 '바구니 투표' 등으로 선관위의 공정성과 능력이 함께 의심받는 상황이다.앞서 선관위는 지난달 19일 대선후보들의 선거 벽보를 전국 곳곳에 부착하는 과정에서 대구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광주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빠진 선거 벽보를 부착해 논란이 된 바 있다.당시 선관위는 '단순 실수'라며 전 지역의 전수조사를 통해 벽보 이상 여부를 확인한 상태라고 해명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투표 과정 자체에서 확진자·격리자 투표 관리에 갖가지 잡음을 일으키면서 선관위는 또 다시 화를 자초했다.이번 사전투표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확진·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못하고 투표사무원에게 전달하도록 하면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반발했다.사전투표에서는 일반 투표자와 확진자·격리자 간 투표시간대가 분리되지 않았는데도 선관위가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상 조항을 이유로 임시 기표소에 별도의 투표함을 설치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또 투표소 현장 곳곳에서는 택배박스와 쇼핑백, 소쿠리 등에 담긴 투표용지 봉투가 발견돼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후보나 윤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가 있는 투표봉투를 받아든 유권자도 나와 논란이 됐다.아울러 선관위의 준비 부족으로 일반 유권자와의 동선이 겹치는가 하면 사전투표소에 확진자와 격리자가 몰리면서 2시간 이상 대기하고 일부 환자는 대기 중 쓰러져 이송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당초 여야는 이번 대선에서 확진자와 격리자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투표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선관위가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이에 반대하며 결국 본투표만 본투표에서만 확진자·격리자들에 대한 투표시간 연장이 결정됐다.이 과정에서 선관위는 확진자의 사전투표 수요를 낮게 보고 동선 분리만으로 충분하다며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수요예측에 실패해 화를 자초한 것이다.여기에 내부 관리 지침과 대응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표 중이거나 대기 중인 격리자 등 인원에 따라 일정 수량을 모아서 투입 가능'이라고 지침을 내려보냈지만 일정 수량을 모으는 방법에 대한 세부 지침이 없어 바구니 투표 논란이 야기됐다는 것이다.더욱이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이 사전투표 2일차가 껴 있던 지난 5~6일 주말 동안 출근을 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선관위는 노 위원장이 비상근직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공정한 선거관리의 총책임자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투표일에 근무하지 않은 것은 안이한 인식과 기강해이를 드러낸다는 지적이다.가뜩이나 선관위는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수차례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이번 부실관리 논란까지 더해져 대선 이후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일례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서울·부산시장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4·7 재보궐선가 당시 선관위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표어의 캠페인을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이라는 답변을 내놓아 논란이 됐다.또 당시 선거에서 '위선, 오만, 내로남불' 등 현 정부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를 쓴 현수막은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주술' '신천지 비호세력' 등 여당과 지지자들이 윤 후보를 겨냥해 사용한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해 야당의 강력 반발을 샀다.최근에는 조해주 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임기 연장 논란으로 야당은 물론 선관위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을 사며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에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조 전 상임위원은 임명 당시부터 '친여 성향'의 인사로 지목됐던 인물로 임기만료일(지난 1월24일)을 코앞에 두고 선관위 관례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지만 반려돼 '임기 말 꼼수 알박기'라는 비판을 들었다.9명의 선관위원 중 선관위원장을 제외한 6년 임기의 비상임위원 중에서 1명을 3년 임기 상임위원으로 호선하는데 상임위원은 임기 만료시 사퇴하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문 대통령의 사표 반려로 조 전 상임위원이 비상임 위원으로 3년간 더 선관위원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었는데 이는 선관위에서 전례가 없던 일이라 임기 연장 논란이 일었다.결국 조 전 상임위원이 지난 1월21일 재차 사의를 표명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선관위 직원들이 전례 없는 임기 연장 시도에 단체로 항의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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