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새 정부 초대 총리직 유혹을 떨쳐냈다. 지방선거 출마나 당권 도전도 당장은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위원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 청사진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게 윤석열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려면 재충전이 필요하고 당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일들,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일들에 공헌하겠다는 점도 내세웠다.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총리 인선을 고민하는 것 같아 물어보기 전에 먼저 이러한 뜻을 밝혔다고 한다. 능력 있는 사람들을 장관 후보로 열심히 추천하겠다고도 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동 정부의 한 축인 안 위원장이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원팀을 과시한 듯해 다행이다. 안 위원장은 대선 막판에 단일화를 이룬 뒤 유력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스스로 행정 경험을 쌓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친 적이 있어 누가 보더라도 '총리 0순위'였다. 총리를 맡고자 한다면 뜻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5년 마라톤 완주를 위해 긴 호흡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안 위원장이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원장에 이어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를 맡는다면 당장은 2인자로서 각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윤 당선인에게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면서 전면 등장 시기를 늦추는 선택을 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권 도전 의사를 묻는 말에도 이준석 현 대표의 임기가 1년 뒤면 한참 남았는데 그때쯤 가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당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일들,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들, 민생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중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일들을 기대한다.
안 위원장이 길을 터주면서 이제 새 정부의 초대 총리 인선은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본격적인 총리 인선 속도는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5월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정부의 원활한 출범을 위해서는 내주 초에는 총리 인선을 매듭지어야 한다. 자체적인 인사 검증을 비롯해 국회 인사청문회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총리 후보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박주선 인수위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당선인과의 찰떡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각을 아우르고 민생, 안보 등 현안을 풀어나갈 능력을 갖춰야 한다.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야당의 협치를 끌어낼 역량도 필요하다. 개혁 성향도 인선의 중요 기준이다. 경륜에 너무 무게를 두면 신선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도덕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