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아 논란이 됐던 형법상 '혼인빙자간음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6일 A씨 등이 "혼인빙자간음죄를 규정한 형법 304조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에 대해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녀 평등의 사회를 지향하고 실현해야 할 국가의 헌법적 의무에 반하는 것이자 여성을 유아시,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목적과는 달리 혼인빙자간음 고소 및 그 취소가 남성을 협박하거나 위자료를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폐해도 종종 발생, 국가의 공형벌권이 정당하게 행사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 영역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남성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강국,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남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며, 남녀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도 아니다"며 반대 의견을 냈으나, 소수 의견에 그쳤다. 앞서 A씨는 "부모님께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이라고 소개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뒤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자 헌법소원을 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왜 남성만 처벌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외에도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A씨 등은 "형법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해서는 안된다"며 "남녀 간의 자유의사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입법례도 거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여성부도 "혼인빙자간음죄는 여성을 성적 예속물로 보고 있다"면서 "여성을 비하하고 정조, 순결을 우선시 하는 관념에 기초한 것"이라며 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법무부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제한되지만 기본권을 침해한다거나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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