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을 겪고 있는 내년 예산안 심사와 관련, 4대강 사업 논란으로 인해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예산심의에 돌입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두고 여야의 입장차가 커 예산안이 쉽게 통과될 수 있을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위의 예산 심의가 시작된 26일에도 여야의 입장은 크게 엇갈리면서 공방이 지속됐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회의 시작부터 국토해양부가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자료제출이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상임위를 열었다"며 "국토부가 해도해도 너무 한다. 제출자료가 이렇게 불성실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수자원공사가 부담하기로 한 3조2000억원의 내역에 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거론하면서 "자료제출에 왜 거부감을 느끼는지 이해가 안된다. 속일 것이 있는 거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성순 의원과 이시종, 조정식, 최규성 의원 등도 각각 자료제출 부실을 지적하면서 수자원 공사의 4대강 자체 수행에 대한 법률검토서 및 공사비 세부내역, 토지 매입면적, 보 설치시 수질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진행된 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김성순 의원은 "헌법을 보면 한 회계연도를 넘어 계속 지출할 필요가 있을 때 정부는 연한을 정해 계속비로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돼있다"면서 "예비타당성조사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이미 지적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장기계속공사와 계속비사업은 규정이 다르다"며 "통상적으로 계속비사업은 5년 이상 장기적인 절차를 거쳐서 하는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또 조정식 의원은 토지보상비와 관련, "한강 5개 공구에 대한 자료를 보면 예산액이 정부가 낸 예산액에 비해 4배 증가하는 걸로 나온다"며 "토지매입비에 대한 산출내역이 없다"고 질타했다.
최규성 의원은 "댐을 건설하면 그것도 재해예방을 위한 것이지만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은 점을 따졌다.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도 이같은 예비타당성조사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일제시대 때에는 친일파, 군사정부 때는 쿠테타세력, MB정부에서는 4대강 협력자들이 망국과 애국을 구분하지 못하는 거 같아 우려된다"며 "자료제출 문제 때문에 국회가 귀중한 시간을 소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은 정부가 추가로 제출한 자료에 대해 "예년에도 없던 파격적인 예산자료"라며 "4대강이 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료가 부실하다고 하는 것은 정략적인 의도를 가진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백성운 의원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제외한 것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이고 타당한 것"이라며 "예비타당성조사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이유는 재해예방사업이야말로 국가의 기본책무라는 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박(親朴)계 등 일부 여당 의원들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질의들을 쏟아내 정 장관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친박계인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중점 추진하면서도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지적, "정부가 정말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추진하다보니 무리하게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면 또 다른 무리를 낳는 악순환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종시 논란을 예로 들어 "과천시는 자족도가 몇 퍼센트 되겠나. 95%가 그린벨트 아닌가. 그러면 과천시가 가장 살기 어려운 도시인가,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나오지 않느냐"면서 "제대로 논리를 갖고 제시해야지, 사실과 다른 것을 제시해 세종시 문제를 잘못된 것으로 확대·증폭시키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유 의원은 이어 "내년 신규 SOC 사업을 보면 노무현 정부 2005∼2008년의 평균 3378억원에 못미치는 3133억원이고, 지난해 5955억원에 비해서는 47.4% 감소됐고, 특히 도로건설 신규사업의 경우 2008년, 2009년에 비해 턱없이 적은 902억원이 계상된 것이 현실"이라며 "무조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해서라도 해야되는지 하는 논리적인 제시를 해야 한다"고 따졌다.
역시 친박계로 분류되는 같은 당 현기환 의원도 "실제로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대중교통 활성화를 천명하면서도 도시철도사업과 관련해서는 예산을 줄여 편성했다"면서 "저탄소녹색성장을 얘기하면서도 예산을 축소하면서 미래의 녹색성장을 대비하겠느냐"고 질책했다.
이와 함께 현 의원은 내년 개통이 목표인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사업과 부산지하철 3호선 등의 예산을 축소한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서울시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줄이려고 하는 것이고 부산의 경우 개통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사진= 국토해양위원회에서 4대강 예산심의가 시작되면서, 내년 예산안 심의가 본격화된 26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 전 권도엽 국토해양부 제1차관(왼쪽부터)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심명필 4대강 살리기추진본부장, 정진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