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조직개편이 결국 출범 후로 미뤄졌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7일 "인수위 기간 중 조급하게 결정해 추진하기보다는 당면 국정 현안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여가부 장관도 이번 조각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며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대선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도 당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 임명되는 여가부 장관이 여가부 개편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여가부 폐지는 보류됐으며, 정부 조직 개편도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야당과의 협상 속에서 추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러한 속도 조절은 압도적인 여소야대 정국에서 청와대 이전과 공공기관장 인사에 이어 정부 조직개편을 놓고도 자칫 신·구정권 격돌상황이 재연될 경우 안게 될 윤 당선인의 부담과 국정 공백 상황 등을 우려한 고육책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색깔을 내겠다고 졸속 개편을 추진하다 보면 부처 간 불필요한 갈등만 키우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과 집행 역량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여가부는 윤 당선인이 폐지 방침을 분명히 했고, 추 의원이 폐지 공약이 현재 "유효하다"고 밝혀 정부 출범 후 발전적 해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아직은 커 보인다. 다만 대선공약이라고 해 목표를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 사회에 여전히 구조적 성평등 문제가 엄존하고 있다는 여론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여가부가 맡아온 가족과 청소년 정책 등을 다른 부처로 이전하는 등 기능을 쪼개는 방안이나 미래가족부로 재편하는 방안 등도 더 세심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즉 정부 조직은 시대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손질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일단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관성상 조직에 손대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 조직개편 속도 조절의 딜레마는 거기에 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 조직개편은 꿈도 꿀 수 없다. 야당과의 협치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 정부 조직개편이다. 윤 당선인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민간의 영역이라는 생각이나 청와대 축소 등도 그러한 정신에 입각한 것이다. 작고 효율적인 몸피로도 방대한 행정수요를 감당하면서 충분한 대국민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문제,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인구와 기후, 젠더, 세대 문제 등 당면문제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그 해법도 중층적이다. 윤 당선인은 새정부조직이 이러한 양상들에 대한 해법을 담아내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개편을 모색해야 한다. 개편을 언제 하느냐는 그다음 문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