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은 30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복수노조·전임자 문제와 관련, "노조의 자율적인 전임자 급여문제 해결을 전제로 법의 폐기 또는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기간 동안 전임자 문제해결을 위한 노조의 구체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동시에 복수노조와 관련해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즉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노조 전임자 급여 문제가 더 이상 노사간의 쟁점이 되지 않도록 노조 스스로 개혁해 나가겠다"며 "원칙적으로 노조전임자 급여를 조합이 스스로 부담하도록 조합재정을 확충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부터 사측이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되 처벌을 받는다. 이에 한국노총은 '부당노동행위' 조항을 삭제하고, 노조가 자율적으로 기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변했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과 산별연맹은 '전임자 문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마련하고, 중립적인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전임자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장 위원장은 "기업내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기업 내부에서 노동조합 사이에 사활을 건 조직경쟁이 불가피하다"며 복수노조 문제에 대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그 동안 한국노총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창구 단일화 방안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으나 정부의 창구단일화 강제 방안에 반발해 이같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장 위원장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조합원의 인기를 얻기 위해 서로 다투어 목소리를 높이고 무리한 요구를 할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60여년 동안 노사관계를 이끌어온 한국노총의 위원장으로서 노사관계가 다시 투쟁의 시대로 후진하는 것을 그대로 방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창구 단일화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복수노조를 실시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결사의 자유를 막는다"며 "자율적인 해결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를 골자로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1997년 제정된 뒤 세 차례 유예를 거쳐 2010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총파업 찬반투표를 조만간 마무리하고, 빠르면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9일 직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진=27일 오전 한나라당사를 방문한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 일행에게 정몽준 대표가 노동법관련 설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장위원장이 굳은표정으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