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임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여야 간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고 하나 정부 이양기에 입법과 관련한 파열음이 이처럼 거칠게 노출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1일 전국지검장 회의를 소집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막는데 직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 의원총회를 하루 앞두고 열렸다. 여론전을 통해 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의도이다.   김 총장은 "검찰 수사 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는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의총에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수사권을 가진 검찰의 보완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방안과 중대범죄 수사청(중수청)을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 추진 여부와 속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진행 방식과 시기 등 여러 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선 정부 조직체계에 속한 검찰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입법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것부터가 그렇다. 국민의 이해와 맞닿아 있는 사안으로, 이를 막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확신에 따른 행동이라고 하나 과거 검찰 행태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다. 의견 표출도 좀 더 정제된 방식이어야 한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집행하는 행정부 내 부처가 입법과 관련한 집단행동을 하는 경우는 검찰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 총장이 총대를 멘 것도 기묘하다. 검찰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인 권력 감시와 관련해 검찰 구성원들에게 그다지 믿음을 주지 못했으나 현 정부의 신임 덕에 검찰 수장에 오른 김 총장이 결과적으로 여당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됐다.  물론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민주당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강하게 추진한 검찰 개혁이 과연 맞는 방향이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중대 사안을 또 밀어붙일 태세이다. 속도전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개선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실 검찰의 관련한 폐해의 대부분은 정치 권력과의 유착에서 출발했다. 과거 검찰에 과도한 권한이 주어진 것도 권력의 충견 역할을 한 대가였다. 검찰은 그 권한을 권력을 감시하기보다는 권력에 복무하는 데 사용했다. 그런데 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썩은 가지를 쳐내 권력을 더 튼튼하게 하는 역할마저 없애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기 말에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것은 또 다른 오해를 살 수 있다. 검·경 수사권 분리, 공수처 신설 등 1차 검찰 개혁도 안착하지 못한 형편이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시로 뒤집어지는 개혁은 안 하느니만도 못하다. 여야와 검찰은 정치적 유불리나 조직의 이해를 떠나 각자 성찰부터 한 연후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차분히 논의하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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