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17일 밝혔다. 발사일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전날 오후 6시께 함흥 일대에서 이뤄진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했다. 시험발사한 무기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이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소형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로 추정됐다.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 무기화 촉진' 등을 국방발전전략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한미연합훈련 본훈련에 해당하는 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CCPT)을 앞두고 감행됐다. 지난달 24일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모라토리엄(유예)을 파기한 이후 23일 만이며, 올해 들어 13번째 무력 시위이기도 하다.
합참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은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된 발사관(2개)에서 발사됐다. 외형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에 가깝다고 한다. 2개의 발사관을 갖춘 TEL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KN-23을 축소 개량했거나, KN-23과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의 기술적 장점만 골라 만든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됐다. 사거리 400∼600㎞ 안팎인 KN-23은 비행 종말 단계에서 요격을 회피하기 위해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기동을 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터널이나 숲에 숨어 있다가 개활지로 나와 2발을 연속 발사할 수 있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 대응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의 이번 무력 시위는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한미는 18일부터 9일간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한다. 전쟁 발발 상황을 가정한 방어(1부)와 반격(2부) 등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시뮬레이션 방식이며 실병기동 훈련은 없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4월 25일)과 맞물려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당일 열병식에서 신형 다탄두 ICBM이나 소형의 새 탄두를 갖춘 신형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개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는 17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북한 군사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에도 서주석 안보실 1차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철저한 상황 관리를 지시했다고 한다. 국민은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 소상히 알 권리가 있고, 군도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즉각 공지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성공했다고 발표한 이후, 그것도 하루가 지나서야 공개를 했는데 늑장을 부린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청와대가 당일 긴급회의를 열었다면 사안의 심각성을 가볍게 보지는 않았다는 얘기인데, 굳이 하루를 묵힌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근 모라토리엄을 전격 파기한 데 이어 핵실험 징후까지 나타나면서 안보 우려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군은 임기 말에 어떠한 안보 공백도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