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아빠 찬스' 의혹 등이 당사자의 해명에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이제는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사전 인사 검증의 부실 논란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배현진 대변인은 19일 인사 검증이 부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인사 검증 시스템이 당선인, 인수위 차원에서 정부 시스템만큼 아주 완전하거나 저희 검증 과정이 완전하다고 감히 자평하진 않겠다. 그러나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적합하게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검증했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17일 정 후보자가 지명되기 하루 전날에야 인사 검증 동의서를 제출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어떤 기준으로, 어떤 부분을 살펴서 검증했다고 공개할 수는 없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린다"며 부실 검증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런 언급이 나오는 것 자체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 검증이 과연 제대로 이뤄졌는가'하는 국민적 의구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호영 장관 후보자는 이날 아들의 병역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병원에서 수일 내에 재검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정 후보자 아들의 병역 판정 관련 의료 영상기록을 제출하라는 요구에 '개인 정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정 후보자는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당시 심사위원장이 후보자의 1년 선배인 것으로 확인돼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의혹이 또 불거진 데 대해서는 당시 심사위원장이 누군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각각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정 후보자는 그동안 어떤 불법·부당행위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정 후보자가 부원장, 병원장으로 재직하는 시점에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한 과정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게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니 정 후보자가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국민이 듣고 선뜻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 후보자에 대한 사전 인사 검증이 좀 더 철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 사회는 지난 1월 조국 전 법무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가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되는 것을 지켜봤다. 정 교수가 법의 심판대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은 검찰의 강제 수사에 따른 결과였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2019년 10월 법무장관 취임 한 달여 만에 사퇴한 것도 당시 검찰의 정 교수에 대한 수사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조국 사태'를 우리 국민은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국민은 앞으로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과연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주창한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는지 주시할 것이다. 정치인의 말은 실천이 뒷받침돼야 힘이 실리는 법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