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25, 26일 이틀 동안 열린 청문회는 자료 제출을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다 회의 시작 후 30분 만에 산회했다. 역대 청문회에서 자료 제출을 둘러싼 공방전은 셀 수도 없이 많았지만, 후보자가 선서도 하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난 전례는 거의 찾기 어렵다. 청문 정국 첫걸음부터 여야 협치는 고사하고 오히려 청문회가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듯해 안타깝다.  총리 후보자 청문회 파행의 일차적 책임은 한 후보자 측에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은 제출 요구 자료가 1천 건을 넘어 통상적인 청문회 요구의 서너 배에 달하는 데다 오래전 작고한 부모의 부동산 거래 자료, 1970년 이후 봉급 내용 전체, 30년 전 부동산 계약서 등 무리한 자료 요구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청문회가 파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한 후보자 측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자료 제출을 의도적으로 피했거나 불성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다. 한 후보자는 과거 통상 관련 고위직에 있을 때 외국계 기업에 소유 부동산을 장기임대하는 등 부동산 관련 의혹들이 여럿 제기됐다.   그런데도 관련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한국부동산원 매매자료는 본인 비동의로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또 고액 논란이 된 김앤장 보수 자료 역시 영업기밀이라며 제출하지 않았다. "이런 의혹에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 무리한 자료요구냐"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파행에는 민주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을 총리 후보자 인준과 연계시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후보자 본인이 문제라기보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장관 후보 지명이 더 큰 문제라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자녀 의대 편입학 특혜 논란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의 지명 철회를 압박하면서 정국 경색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넘기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날 파행으로 청문 요청 뒤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끝내야 한다는 국회법은 다시 무력화됐다. 여야 합의로 청문 기일을 다음 달 2∼3일로 잡은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다음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내달 10일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회 동의가 필수인 총리 임명은 물론, 총리 제청이 필요한 장관 임명도 힘들어질 수 있다. 한 후보자는 국회의 정당한 자료 제출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민주당도 한 후보자의 적격 여부는 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되, 이를 정쟁화시켜 새 정부 출범에 차질과 혼란을 초래해선 안 될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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