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들 개정안은 이제 본회의 표결만 남게 됐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예고했으나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필리버스터 종결을 시도하고, 이마저 여의치 않을 때는 회기 쪼개기로 대응할 방침이다. 171석의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의지가 강한데다 스텝이 꼬인 국민의힘의 저지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법안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권력 교체기에 국민 기본권 보호뿐 아니라 권력 감시 역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형사사법 체계가 중대 변화를 맞게 됐다.
문제는 이 사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이다. 수사권 조정은 국가의 건강성과 직결돼 있어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그 후 정치권이 이를 토대로 국민 안전, 부패 감시 등을 염두에 두고 각 당의 입장과 법체계의 일관성을 조화시켜 최종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정부 이양기이다. 현 정부와 새 정부가 국정 운영의 안정과 연속성 유지를 위해 협력해야 할 시기에 엉뚱한 '검수완박' 싸움으로 날이 새고 있다. 코로나 사태·집값 폭등·물가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민생, 북한의 도발 위협, 불안한 국제 정세 등 눈앞의 현안에 대응하는 데만도 시간이 부족한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 문제를 둘러싼 양당의 최근 행보는 과연 우리 정치가 조금씩이나마 발전하고 있는지 회의가 들 정도로 퇴행적이다. 대선 때 선거법 개정, 재·보선 공천 등의 편법·꼼수를 여러 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민주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위장 탈당과 연쇄 사·보임으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이 과거 소수 야당일 때 다수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며 관철한 제도이다. 그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면서도 거리낌이 없다. 당장 욕을 먹더라도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민주당은 맞든 틀리든 분명한 입장이라도 있는데 국민의 힘은 입장 자체가 모호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사퇴하면서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고 말한 바 있고 국민의힘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주 돌연 박 의장 중재안에 합의했다. '기득권 야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윤 당선인 측의 기류까지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되자 합의안에 서명한 권성동 원내 대표가 뒤늦게 사과하고 합의를 번복했지만, 국민의힘의 속내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검찰 수사권 박탈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던 윤 당선인이 중재안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는 해명도 얼른 납득하기 어렵다. 양당 모두 진정으로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정치의 본질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길 바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