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6·1 전국동시지방선거의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단 5곳을 건지는 데 그쳤다. 14개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던 4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기존 지역구 세 곳 가운데 한 곳을 국민의힘에 내줬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후보가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했으나 전체 결과를 보면 참패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촛불 혁명' 직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와 뒤이은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파죽지세로 승리하면서 중앙과 지방은 물론 의회 권력까지 거머쥐었던 민주당이 불과 몇 개월 사이 협소한 의회 공간에 갇힌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거는 무릇 여당 심판의 의미가 큰 데 이번에는 '야당 심판론'이라는 여간 보기 힘든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무난한 쇄신'으로 미봉할 경우 다음 총선 역시 볼 것도 없을 것이다.
민주당의 패배는 새 정부 프리미엄 외에도 지도부의 자중지란,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 박완주 의원 성 비위 의혹 등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통상 보수 정당이 유리하지만, 이번만큼은 조직력과 표 응집력이 강한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빗나갔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외부 환경을 탓하면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치면 예상보다 훨씬 오랫동안 아예 기회조차 잡지 못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국민들에게 절실함을 입증해야 한다. 지도부 사퇴 정도의 적당한 분식은 모두가 금세 알아차리게 돼 있다. 쇄신은 뒷전이고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의 자폐적 내부 권력 투쟁에만 골몰한다면, '86그룹 용퇴론'과 쇄신론을 꺼내 내부 총질이라는 비난을 받은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퇴진을 불행 중 다행으로 생각한다면, 대안 부재론을 이유로 또 인물 돌려막기를 한다면 민주당에 등을 돌렸으나 아직 발을 떼지 못한 중도 유권자들마저 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박 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제기한 문제들 때문이다. 민주당은 강고한 지지층을 중심으로 성채를 지키면 상대의 자멸로 다시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간의 정권 교체 과정을 보면 아주 터무니없는 상상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퇴행이 계속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국민의힘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나 그래도 지난해 '30대 0선' 당 대표를 배출했다. 적어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들떠보지 않던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계기였다. 좋은 정부는 좋은 야당이 만든다. 기득권에 매몰돼 중원을 등한시하는 야당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을뿐더러 권력을 오만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민주당이 철저한 자기 혁신으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