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등에도 불구, 개정되지 않고 방치된 법령 조항이 35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5건은 개정 시한을 넘겨 효력을 상실, 혼란이 우려된다.
3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날 현재 위헌 등 결정에도 국회가 개정하지 않은 법령 조항은 모두 35건으로, 이중 위헌 조항이 15건, 헌법불합치는 12건(지방의회 조례 2건 포함), 한정위헌은 5건, 한정합헌은 3건이다.
가장 오랜 기간 방치된 법안은 불고지죄 피의자 등에 대한 구속기간을 일반 형사사건 피의자보다 20일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국가보안법 19조다. 이 조항은 92년 위헌 결정 이후 19년이 넘도록 개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법조문을 그대로 남겨 둔 채 입법기관이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할 때까지 효력을 중지시키거나 시한을 정해 잠정적으로 존속시키는 헌법불합치 조항 중 5건(지방의회 조례 2건 제외)은 이미 개정 시한을 넘겼다.
대통령 후보 기탁금을 5억원으로 정한 공직선거법 56조 1항 1호,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지상파방송광고판매를 독점대행하도록 한 방송법 73조 5항(2007년 1월 개정 전·후 2건) 및 방송법시행령 59조 3항과 5항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압류물을 공매할 때 매수인이 대금을 내지 않아 매각결정이 취소될 경우 공매보증금을 국고에 귀속토록 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국세징수법 조항에 대한 개정안은 겨우 시한을 지켜 작년 12월31일 의결됐다.
죄의 종류와 내용을 묻지 않고 획일적으로 퇴직급여 등을 제한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군인연급법 조항 개정안과, 태아 성감별을 금지한 의료법 조항 개정안(32주 후 고지 허용)도 같은 날 국회를 통과했다.
2008년 12월31일이 개정 시한이었던 공직선거법 26조1항 별표 2(시·도의회의원지역선거구역표)와 22조1항(시·도의회의 의원정수)은 1년여 동안 방치해 오다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겨우 개정안을 의결했다.
마찬가지로 2008년 말이 시한이었던 공무원연금법 64조 1항 1호에 대한 개정안은 닷새전 겨우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이 늦어지면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퇴직하는 '비리 공무원'도 모든 퇴직금을 받아갈 수 있었다.
이에 법조계 관계자들은 "여·야가 4대강 사업 등을 둘러싼 새해 예산안 다툼에만 진력을 다하면서 당장 필요한 법령에 대한 개정 작업은 뒷전으로 밀린 셈"이라며 "새해엔 국회가 입법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