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6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사건 당시 박 전 원장은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서 전 원장은 합동 조사를 강제로 조기에 종료시킨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이 직접 직전 원장을 고발한 것은 회고록 발간과 관련해 비밀누설 혐의를 받은 2011년 김만복 전 원장 사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는 2020년 9월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뒤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 앞서 2019년 10월에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됐다. 국민의힘은 이들 두 사건을 문재인 정부 시절의 '안보 문란 사태'로 규정했고, 감사원은 해경과 국방부를 상대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까지 전직 원장들을 고발하고 나섰으니 이를 둘러싼 정치 공방도 심화할 전망이다. 대검은 박 전 원장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서 전 원장 사건을 공공수사3부에 각각 배당했다.
국정원이 밝힌 박 전 원장 혐의는 첩보 관련 보고서의 무단 삭제다. 사건 당시 '자진 월북'보다는 '표류' 쪽에 힘을 실어주는 감청 기록이 있었음에도 이씨를 월북자로 몰아가기 위해 보고서에서 해당 첩보를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 전 원장에 대해서는 탈북 어민에 대한 합동 조사를 서둘러 종료시킨 것으로 의심한다. 통상 탈북자의 합동 신문은 수주∼수개월이 걸리는데 당시에는 사흘 만에 종료된 것이 '남북 관계의 악영향'을 우려한 서 전 원장의 지시 때문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당사자인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이 받은 첩보를 삭제한다고 원 생산처 첩보가 삭제되느냐"고 반문하면서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당시 첩보는 군 당국 등에서 생산한 것을 국정원이 공유받았을 뿐이어서 고의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미국에 체류 중인 서 전 원장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들 사건은 '하노이 노딜'(2019년 2월)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노심초사하던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정원은 두 전직 원장을 고발한 근거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라고 명시했다.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정보기관이 정치 공방이 진행되는 사건과 관련해 전직 원장들을 고발한 만큼 신구 정권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보면 여야의 입장 차이가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사건 모두 여러 의혹과 함께 석연찮은 부분이 적지 않고, 그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는 충족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례 없는 경제·안보 위기 상황에서 소모적 논쟁이 길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니 검찰은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