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8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거리유세를 하던 도중 전직 자위대원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인 야마가미 데쓰야(41)는 어머니가 빠진 종교에 아베 전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요미우리 신문 등이 보도했다. 전직 해상자위대원인 용의자는 2002~2005년 해상자위대에서 임기제 자위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소총 사격과 해체 조립을 배웠으며, 인터넷에서 부품을 구매해 범죄에 사용된 총을 스스로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동기에 대한 경찰 조사가 더 진행돼야 이번 사건의 더욱 자세한 경위가 밝혀지겠지만, 민주주의 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테러 행위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단호히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선진국이자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 대낮에 전직 총리가 총격 테러로 숨진 이번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다. 특히 아베 전 총리가 8년 9개월간 재임한 일본 최장수 총리이자 일본 내 우파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재임 중 아베 전 총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전쟁·무력 행사의 포기와 육·해·공군 등 군대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 등을 명시한 '평화헌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방위력 증강을 도모하는 등 일본의 이른바 '정상(보통) 국가화'를 추진한 보수본류 혈통의 강경파였다. 그는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3년 12월 26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박근혜 정부와는 2015년 한·일 외교부 장관 위안부 합의를 이뤄냈다. 일제 강제 동원 조선인 피해자에 대한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판결의 보복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처를 한 것도 아베 내각이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도 아베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최대의 관심사는 이번 테러 사건이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와 선거 이후 본격화할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 모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다. 현지 언론은 기시다 총리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여당이 과반 의석을 무난히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의 개헌에 동조하는 세력이 개헌안 발의 요건을 충족하는 3분의 2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안보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본 우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면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를 개정하고 자위대의 역할을 명시하는 개헌과 군비 강화의 동력도 커질 수 있다. 특히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매개로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도 자칫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한·일 관계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고심해야 하는 까닭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