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알박기' 논란을 법률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소하자는 것이다. 임기제는 2013년 기능직과 계약직을 폐지하면서 도입된 공무원 고용 형태의 한 종류이지만 우 위원장의 발언은 이들 전체가 아니라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민권익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등 고위 정무직 공무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300여 개의 모든 공공기관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전 정부의 환경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보듯 공공기관장 임기 문제는 집권 세력마다 겪는 고민이다. 이로 인해 국정에 혼선이 생기고 정책 역량이 소진하는 등 국가적 손실도 막심하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지금껏 방치된 것은 장기적 국가 이익보다는 당장 눈앞의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정치권의 고질병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도 예외 없이 기관장 임기를 둘러싼 혼란이 재연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을 겨냥해 "공공기관장이라든가 장관급 공무원의 경우 대통령의 정치철학·국정과제에 동의하는 사람이 함께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생계 수단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압박했다. 또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최근 사퇴 압박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는 와중에 이와 비슷한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볼썽사나운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대통령과 공공기관장들의 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인데 공공기관장 임기는 통상 3년이다. 또 감사원장은 4년이고, 검찰총장은 2년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대통령과 공공기관장들이 함께 임기를 시작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장 임기를 2년 6개월로 바꿔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여야가 국민 여론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 합리적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 국민의힘도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임기제가 도입된 배경을 잘 들여다보고 기관별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투명한 공모 절차를 두고 임기를 보장한 것은 해당 기관의 업무 속성상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하나씩 꼼꼼히 들여다보면 권력과 무관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곳도 있고, 그보다는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곳도 있을 것이다. 전문성이나 자질 등 기본 자격요건도 갖추지 못한 인사를 자기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용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공공기관장은 국민의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자리이지 정치인들의 전리품이 아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