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법정 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한양석) 심리로 28일 열린 한 전 총리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한 전 총리의 변론을 맡은 백승헌 변호사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묵비권 행사를 이유로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먼저 하려고 한다"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혐의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며 "피고인 신문을 먼저 해달라는 요청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피고인 신문은 선고를 앞둔 마지막 공판에서 진행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현재로서는 피고인 신문을 먼저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양 측에서 의견을 상세히 정리하면 주장하는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쟁점 정리를 위한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갖기로 했다.
아울러 변호인단은 이날 담당 재판부에 관련 진행사건과 검찰 내사기록에 대한 문서송부 촉탁신청을 했다. 현재 형사합의27부는 한 전 총리와 같이 기소된 곽 전 사장의 횡령 사건에 대한 이미 심리를 마친 상태다.
이에 검찰은 "증권거래법에 내사는 혐의없음으로 이미 종결됐다"며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관련자들의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다"고 사실상 거부 공개를 거부했다.
이날 30분간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백 변호사는 "곽 전 사장이 돈을 준 것과 관련해 진술을 번복한 정황이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신청한 것"며 "(이번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인)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문서를 신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곽 전 사장이 정치인 관련 진술을 해 검찰에서 구체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하자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가 총리 공관에서 오찬한 이야기 등을 상세히 털어놓았다"며 "그 때문에 변호인 참여하에 조서를 작성했으므로 뭘 번복했다는 내용의 조서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어 "곽 전 사장은 자산의 횡령 혐의는 물론 한 전 총리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변호인을 참여시킨 상태에서 진술하고 조서를 작성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참석한 강금실 변호사는 "이제까지 너무 정치 공방처럼 흘러버렸다"며 "법정에서 변론을 통해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또 변호인단은 의견서를 통해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당시 청와대 인사 수석 비서관과 관리 비서관, 경호 담당자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증인으로 신청되지 않았으나 필요할 경우 2-3명을 더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어 정 대표의 증인 신청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으로부터 대한석탄공사의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2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311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