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북한에 '담대한 구상'을 제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 지속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이라며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대통령 취임식에서 언급한 '담대한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항만·공항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기술 지원 프로그램, 의료 인프라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을 열거했다.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하나같이 긴요한 분야들이다. 북한 지도부가 남북한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민족 생존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이 내민 손을 맞잡길 기대한다.     그런데 문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분위기로 볼 때 북한이 윤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외 매체인 통일신보는 최근 새 정부의 '담대한 계획'에 대해 "한마디로 10여 년 전 남조선 각계와 세인으로부터 실현 불가능한 흡수통일문서로 지탄받고 역사의 쓰레기통에 던져졌던 이명박 역도의 비핵·개방 3000을 적당히 손질한 것"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실제로 내용만으로 보면 윤 대통령의 대북 제안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었던 '비핵·개방 3000'이나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과 큰 차이가 없다. 본질적 문제에 관한 플러스알파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대화의 물꼬부터 터야 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를 통한 남북한 해빙은 내부 정치 구조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면서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키겠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뜻이 충분히 전달된 만큼 이제 공은 일본 측에 넘어갔다. 일본 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토대 위에서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과 수출 규제 등 현안에 대해 미래지향적 자세를 보이길 촉구한다. 항일 독립운동을 '자유 추구의 과정'으로 평가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경축사에서 '자유'를 33번이나 언급한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과정을 통해 계속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독립운동이 자유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었고, 지금도 이런 노력이 진행 중이라면 독립운동 역시 대한민국의 한 역사라는 점을 에둘러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정당 출신인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소모적인 건국절 지정 논란을 끝내고 국민 통합이 한 발짝 더 진전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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